추위 등 이유로 철길 위까지 천막…‘야시장이냐?’ 비난
“군산에 오면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근대문화와 함께 추억이 남아 있는 경암동 철길마을을 꼭 가보라는 지인의 권유로 이곳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오롯이 철길을 감상하기에는 인근 상점들의 도 넘은 상술이 추억을 회상하기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 군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손꼽히고 있는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만난 한 관광객의 하소연이다.
이 관광객의 지적대로 경암동 철길마을이 유명세를 얻으면서 관광객이 증가, 몇몇 상점의 과도한 상술이 관광객의 추억을 뺏고,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곳 철길마을에서 운영 중인 다수의 상점은 무허가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들어서 이들 상점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철길 위에까지 천막을 치고 장사를 하고 있어 철길마을의 정취를 온전하게 느끼는 것을 막고 있다.
경암동 철길마을 인근 대부분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군산시와 한국철도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 따르면, 이곳의 상점은 30여 곳으로 이중 무허가 상점이 20곳에 달한다.
더욱이 상점 중 상당수가 겨울철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명분으로 철길 위에까지 천막을 치고 장사를 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지만, 관계기관에서는 눈치를 보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개 두 개 설치된 천막이 벌써 스무 개가량으로 늘어났고, 이로 인해 경암동 철길마을을 온전하게 느끼는데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관광객 김주영(여·48·서울)씨는 “어릴 적 간직하고 있던 철길마을의 추억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이곳을 찾았지만, 철길인지 야시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아이들에게 미안했다”며 “군산의 대표 관광지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어디든 관광지가 어느 정도 상업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경암동 철길마을은 도를 넘은 상술이 판을 치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의 한 관계자는 “단속과 계도 등을 통해 상점주 등에게 수차례 개선할 것을 요구했지만 겨울철 추위 등을 이유로 불법시설물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암동 철길마을 인근의 경우 일부 개인 소유의 부지 외에 군산시와 지적공사의 부지여서 대부분의 상업행위가 불법이지만,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일제강점기 당시 신문 용지를 운반하기 위해 군산역과 공장을 연결하는 2.5㎞의 철로가 놓이면서 형성된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진포사거리’에서 ‘연안 사거리’로 이어지는 철길 약 400m 구간을 말한다.
이곳에는 일제강점기 시절의 철길과 침목이 그 모습 그대로 있고, 철길 한쪽에는 6∼70년대에 지어진 낡은 이층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며, 다른 한쪽에는 생활의 흔적이 묻어나는 작은 창고들이 연결돼 있다.
지금은 기차 운행이 중단됐지만 지난 2008년까지 마을을 관통하는 기차가 하루 두 번 운행됐고, 그때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기차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이색적인 풍경 때문에 사진가들의 단골 출사 지역으로 명성을 누리다 관광객의 입소문으로 군산의 대표 관광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최근 시는 이곳을 ‘추억의 거리’로 재탄생 시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철길 변 벽 곳곳에는 화물차의 풍경, 꽃그림 등 옛 생각이 절로 나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지만 오롯이 철길마을을 즐기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전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