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촌동 주민들이 왜가리·백로와 수년째 동거를 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조촌동 주거지에서 하나둘 모습을 보이던 왜가리․백로가 (주)페이퍼코리아가 이전한 이후로 본격적으로 주거지를 인근 야산의 나무에 둥지를 틀면서 소음과 배설물로 인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피해는 인근 주민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큰 골칫거리다. 군산제일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 왜가리·백로의 소음으로 학업에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특히 여름이 다가올수록 이 같은 어려움을 배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악취가 심해 두통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피해가 수년째 반복되면서 조촌동 인근 주민들이 왜가리․백로로 인한 소음과 배설물로 인한 민원을 제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대책이라는 것이 고작 기피제 등을 살포하는 것 외엔 별다른 게 없는 상황이다.
조촌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처음에는 우아한 자태의 왜가리·백로를 보고 신기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존이 말처럼 쉽지 않다”며 “왜가리와 백로가 주택과 상가 인의 거주지로 찾아오면서 소음과 배설물 문제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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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민은 “아침에 세차 해놓고 저녁에 돌아오니 차가 배설물로 인해 더러워져 있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여름철에는 냄새가 방안까지 올라와 견디기 어렵다”며 “주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는 이 같은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이 문제를 군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상인들의 주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인들도 “배설물의 악취가 심해지는 여름철이나 장마철에는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며 “시가 왜가리와 백로의 생존도 지킬 수 있으면서 상인들의 상권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지적과 피해대책 마련 요구에 군산시도 난감한 상황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왜가리와 백로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류기피제, 공포탄발포, 둥지제거, 기타 인위적 소음유발 등을 통해 서식지 유도 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 방역기(분무연기)를 이용한 방법이 거주지 내의 백로일부를 동광교회 앞 통매산길로 이동시키는데 성공했으며, 올해도 이 방법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의 이러한 노력에도 주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여전히 주민들의 불만은 크다. 이에 따라 일부 주민들은 백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주지역 내의 나무를 잘라버리거나 왜가리‧백로를 포획하거나 강제퇴치 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철새였던 왜가리와 백로가 토착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봄에 찾아와서 가을이면 따뜻한 남쪽으로 돌아가는 철새인 백로가 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텃새로 머무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 개체 수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조류 전문가는 “왜가리와 백로의 경우 한 번 서식지를 정하면 잘 이동하지 않는 습성 때문에 이를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대책이 없고, 시간을 요하는 방법이 대부분인 만큼 지역민과 백로와의 불편한 동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위원회 등을 꾸려 장기적으로 왜가리‧백로와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