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 책정을 하지 않으면서 올해도 정부 삭감-국회 예산부활 사례가 되풀이될 전망으로 지역화폐 발행지자체들의 애만 태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안부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25년 예산요구서에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을 한 푼도 올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역화폐 관련 다음년도 예산을 세우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은 세우지 않으면서 지역화폐 사용처를 제한하는 지침개정안마저 각 지자체에 전달해 지역화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계속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높인다는 이유로 연 매출 30억원을 초과하는 매장에서 쓸 수 없게 제한을 둔 것이다.
이 개정안에 따라 연 매출이 30억원을 넘는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 지역화폐를 쓸 수 없는 난맥이 발생했다.
생활문화 기반이 턱없이 부족한 농촌에선 하나로마트 외엔 장을 볼 수 있는 곳이 마땅찮은 현실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처럼 무예산과 지역화폐 지침개정 등 지역화폐는 정부가 아닌 지자체에서 알아서 하라는 정부의 부정적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예산 부활만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의 불만은 또 있다.
지역화폐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행안부와는 달리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온누리상품권 사용 가능 업종을 확대하고 지난해 발행한 2조원어치 상품권을 올해 5조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라는 목표가 같은 두 부처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것에 지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정부가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지역화폐는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지난 2017년 도입했다.
2021년 1조2,522억원에 달했던 정부의 지역화폐 지원 예산은 이후 계속 줄어들었다.
2022년 7,053억원, 지난해 3,525억원으로 줄더니 올해 3,000억원만 편성됐다.
지난해와 올해 예산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삭감을 반대하며 가까스로 복구됐다.
지자체들은 국가예산이 삭감되거나 줄어들면 지자체의 예산부담과 지역화폐 순환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큰 현실이다.
이 예산은 주로 지역화폐 할인액을 보전하는 데 쓰이는데 예산이 삭감되면 할인율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지역화폐 사용을 활성화하고자 액면가의 5∼10%를 할인해주는데 할인율이 낮아질수록 지역화폐 선호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국지자체 가운데 발행 규모가 큰 군산의 경우 군산사랑상품권은 2018년 980억원이 첫 발행된 이후 2019년 4,000억원, 2020년 5,000억원을 최고 정점으로 2022년 3,850억원, 2023년 3,000억 등 발행액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2018년 발행 이후 지난해까지 총 2조2,533억원을 발행해 군산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이 줄어들면서 구매 한도의 경우 군산사랑상품권 초기 발행 시점인 2018년에는 최대 월 100만원까지 구매가 가능했으나 2021년 월 70만원으로 줄었고 2021년 7월부터는 1회 구매한도가 50만원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2024년부터는 1회 구매한도가 40만원으로 줄어들어 이용 시민들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역화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며 “행안부는 예산을 세우지 않고 국회에서는 예산을 부활시키는 것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