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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며

군산신문(1004gunsan@naver.com)2001-10-06 00:00:00 2001.10.06 00:00:00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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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10월 중순에 나는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로 경기도 이천의 어느 산촌에 둔갑술(遁甲術)과 축지법(縮地法)을 전수해 주겠다는 자칭 도인(道人)이라는 노인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 보다 어릴 때부터 나는 만일 신이 나에게 어떤 능력을 부여해 주겠다는 약속으로 소원을 묻는다면 나는 투명 인간이 되어보고 싶다는 만화 속의 주인공 정도를 꿈꾸어보기도 했었기에 터무니없다는 이성적 판단에 앞서 호기심 차원의 기대가 컸는지도 모른다. 내가 상대와의 겨룸에서 술법을 적용하여 순식간에 내 몸을 감출 수 있거나 상대가 알아볼 수 없도록 내 마음이 요구하는 다른 것으로 변 해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또한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는 멀고도 험한 지형을 단번에 접어서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 또한 얼마나 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자이겠는가? 이는 사람이 자기 분수를 모르는 무지와 어리석음 중에서 신이 사람에게 주신 능력의 한계를 훨씬 초월하여 신의 경지에까지 도달해 보고자 하는 인간의 교만과 사욕에서 나오는 무모한 생각임은 곧바로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러한 술책은 왜 나만이 가지고 내게만 주어져야 하는가? 이 또한 얼마나 이기적이고 허황 된 생각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2001년 추석 명절에 친구와 함께 지난 달 27일에 개통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면서 30여년 전에 꿈으로만 생각되던 둔갑술과 축지법이 오늘 우리 모두에게 현실로 실현되고 있음을 새롭게 느껴보았다. 오늘 날 우리 주변의 청소년들을 비롯한 젊은 사람들은 물론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몰라볼 정도로 달라지는 저 변장술들은 실로 자기에게 가장 쓸모 있게 둔갑술을 적용시켜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 가? 성형수술이나 정형수술 또는 가발이나 염색 화장법 등은 놀랍게도 자기 적성에 따라 맞춤의 둔갑술을 보여준다. 1960년대 초에 내가 친구와 함께 군산에서 서울을 오게 됐을 때에는 오전 8시에 군산 역 앞에서 ‘신영’으로 이름 붙여진 버스를 타고 비포장 도로를 10시간 이상 달려서 서울에 올 수 있었다. 익산(이리)을 거쳐 논산 훈련소를 지나면서 훈련병들의 훈련하는 모습도 바라보면서 계룡산을 지나 공주 거쳐 험준한 차령 고개를 넘을 때는 보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버스는 힘겨워 하는 듯 여겨졌었다. 천안 거쳐 수원을 지나오면서부터 포장된 도로를 달리니 그제야 수도 서울로의 진입을 차안에서도 느껴볼 수도 있었다. 군산에서의 서울은 이렇게도 먼 거리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이번에 개통되어 내려가 본 서해안 고속도로는 바로 그 당시에 10시간 걸렸던 그 출발지와 도착지를 불과 3시간도 채 못 걸려서 가게 되었으니 이런 일을 두고 과연 축지술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앞에서 말한 도인으로부터 받은 축지법의 교본을 통하여 숙지한 바도 축지법의 원리가 땅을 실지로 접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목표로 하는 두 지점간의 돌파 시간을 최소화시키는 것이었다. 내가 본 서해안 고속도로는 최첨단의 과학 문명의 이기와 지혜로 이 축지법의 원리를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길로 성취시켜 놓은 것으로 여겨졌다. 최단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하여는 험준한 산도 뚫어버리고 눈앞에 보이는 저편 쪽을 돌고 돌아서 가기보다는 아예 바다도 훌쩍 뛰어 넘어버리는 서해안 고속도로가 그 큰 공이 들여진 만큼 책임감도 크며 혜택을 누리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며 아껴주는 의무감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제 군산은 새만금 사업과 함께 새로운 전기를 맞으며 서해안의 중심 도시임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세계인들의 출입을 관장하면서 우리 대한민국의 서대문 역할을 담당할 위치에 와 있는 것이다. 활력이 넘치는 도시 기능의 기본 조건으로 먼저 수도권과 2시간대로의 축지술을 이룩함에 대하여 고마운 마음과 함께 기쁨을 갖는다. 편리한 기능의 소유함만이 우리의 최종 목표가 될 수 없을 것이기에 다만 그 기능을 선용함으로 이제 우리고향 군산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우리들에게는 더 없이 가까운 숨결을 느끼도록 해준데 대하여 사랑스럽고 소중한 마음을 담아 싣고서 힘차게 달려본다. <2001. 10. 3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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