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인구 감소’, ‘학교 통폐합’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거꾸로 가는 ‘백년지대계’ 교육정책에 학부모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더니 이젠 큰 애들 복지를 없애다니요.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정부가 내년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에 대해 뭉텅이 삭감에 나서자 군산 지역 맘카페에선 학부모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년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하면서 지역 교육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최근 정부의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내년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52억6,700만원이다. 이는 올해 예산 9,438억9,800만원보다 99.4% 삭감된 규모다.
고교 무상교육은 기존에 학생들이 납부하던 입학금, 수업료, 학교 운영지원비, 교과서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도내에선 지난 2019년 2학기 3학년을 시작으로 2020년 2학년, 2021년 1학년까지 대상이 확대되며 전면 시행됐다.
첫 시행(3학년만 해당) 당시 도교육청 자체예산으로 진행됐던 고교 무상교육은 2020년부터 현재까지 정부(42.6%)와 도교육청(47.5%), 지자체(9.9%)가 분담 중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비 282억원, 도교육청 316억원, 지자체 66억원이 투입돼 고교 무상교육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올해 도내 공‧사립고교 학생 1인당 146여만원의 교육비가 절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1학년 신입생 1만5,935명에게 1인당 평균 1만5,100원의 입학금이 지원됐으며, 1~3학년 4만5,933명에게는 1인당 연평균 112만8,000원의 수업료, 21만3,000원의 학교운영지원비와 교과서비 10만원이 지원됐다.
이중 군산 지역은 12개교(공립 8‧사립 4) 신입생 2,336명이 입학금을, 1~3학년 6,839명이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내년 고교 무상교육 예산 대폭 삭감에 정부와 지자체, 시도교육청의 비용 분담 비율을 규정한 ‘고등학교 등의 무상교육 경비 부담에 관한 특례’가 올해 말 일몰되면서 당장 내년 고교 무상교육 비용은 모두 교육청이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내년 예산인 52억6,700만원 역시 각 시도교육청이 지난해 실제 학생 수 대비 추가 부담한 고교 무상교육 재원을 정산한 분이라 내년 재원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고교 무상교육 재원 중 정부 부담 특례기간을 연장하거나 특례기간을 삭제해 항구적인 재원을 마련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계류 중이어서 연내 통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무상교육이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무상교육 예산이 이렇게 줄면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증가와 공교육의 질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