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번 기생들은 시(詩)·화(畵)·가(歌)·무(舞)·악(樂) 등 예능뿐만 아니라 교양과 예의까지 갖춘 ‘예인(藝人)’이었습니다. 오늘날 K-엔터테인먼트의 원조라고 볼 수 있죠.”
최근 일제강점기 군산에 존재했던 권번(券番)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군산 문화예술의 바탕이 되는 권번 문화의 정수를 살리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군산지부(지부장 최재희)는 지난 8일 장미공연장에서 ‘K-엔터테인먼트의 원조, 군산 권번을 찾아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군산 권번의 역사와 문화사적 고찰, 예술적 가치발굴과 콘텐츠 개발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였다.
이날 군산 권번과 기생들의 다양한 활동이 오롯이 담긴 책 ‘사진과 기록으로 보는 군산 해어화 100년’을 펴낸 조종안 향토사학자가 발제자로 참여해 군산에 존재했던 5개 권번의 성격과 활동상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일제강점기 군산에는 보성권번, 군산권번, 소화권번 세 개의 권번과 한호예기조합, 군창예기조합 두 개의 기생조합이 존재했다”며 “특히 권번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능교육과 공연이 기획돼 인간문화재급 명창, 명무가 다수 배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 당시 기생들은 명성황후 시해사건(1895), 을사늑약(1905), 경술국치(1910) 등 조국이 망해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역사의 산증인들이었다”며 “검무, 승무, 살풀이 등 오늘날 남아있는 전통춤 대부분이 기생들에 의해 전승되고 확산됐음을 생각할 때 기생들을 교육했던 권번의 역할은 간과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K-엔터테인먼트의 원조 격인 군산 권번은 근대역사의 대표적 고유자원으로서 전통예술의 보존과 전승에 앞장섰기에 그 예술적 가치를 확인하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형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시민에게 던졌다.
아울러 서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겸임교수가 ‘장금도류 민살풀이춤’을, 전북전통춤연구원의 이윤경‧김연실 씨가 ‘전주교방 검무’를 선보여 참석자들은 전통춤의 깊은 매력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
민살풀이춤은 맨손으로 추는 살풀이춤으로,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이어지는 살풀이장단에 맞춰 흥의 내적 감정 표현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고인이 된 명인 장금도는 장금도류의 민살풀이춤 전승자로서 춤으로 이름을 날린 당대 최고의 예기(藝妓)였다.
포럼을 주최‧주관한 최재희 지부장은 “권번의 역사는 군산 근대역사의 상징적 자원과 그 시대 삶, 애환이 담긴 군산의 정신이 깃들어있어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만한 가치가 매우 높다”며 “앞으로 군산의 대표적 권번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21년 발족한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군산지부는 최재희 지부장을 주축으로 국제문화예술의 교류 및 공동협동작업과 전통문화예술을 국제무대에 진출시키고 지역 전통춤 뿌리찾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