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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라도 깨우친 한글…세상이 달라 보여”

568년 전, 말하고 싶은 바가 있어도 그 뜻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탄생된 한글은 우리의 자부심이자 자랑이다.

군산신문(1004gunsan@naver.com)2014-10-08 18:29:14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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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맞지 않아

이런 이유로 어리석은 백성이 할 말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알리지 못하는 일이 많다.

내 이를 위해서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편안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훈민정음-



568년 전, 말하고 싶은 바가 있어도 그 뜻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탄생된 한글은 우리의 자부심이자 자랑이다.

 

그래서 일까. 한글을 모르고 산다는 건 곧 한(恨)이 된다.

 

지난 아픔과 가난으로 인해 최소한의 배움을 얻지 못한 수많은 이들이 백발의 노인이 되면서도 뒤늦게 용기를 내 한글을 배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ㄱ(기역), ㄴ(니은), ㄷ(디귿), ㄹ(리을)…

 

한글날을 앞둔 지난 7일 회현면 용화경로당.

 

다소 서툰 발음이지만 한글 자음 한자 한자에 정성을 담아 따라하는 소리가 창문 넘어 들려왔다.

 

농촌 마을 경로당에 때 아닌 한글이 읊어지고 있는 건 이곳이 배우지 못한 설움을 풀어줄 어르신들의 문해학습장이기 때문이다.

 

군산시늘푸른학교 지정 학습장으로 지난 1월 문을 연 이곳은 시대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한글을 배우지 못한 60~70대 어르신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2시간 가까이 수업을 참여하다보면 다리도 저리고 몸도 쑤신다. 그러나 대충하는 법이 없다.

 

모든 기력을 쏟아내며 (공부에)뜨거운 열의를 보이는 건 배움 자체가 행복인 까닭일 터.

 

매주 월‧화‧수 수업이 있는 날에는 농사일, 가정일 등 제껴두고 이곳을 제일 먼저 찾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늘 가슴속에 배우지 못한 미련을 묻어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공부할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이곳 문해학습장을 출석하고 있는 석애자(74)할머니는 그래서 요즘 삶이 즐겁다.

 

처음에는 부끄럽기도 해 주저했지만 배움의 열망은 석 할머니를 자연스레 경로당으로 이끌었다.

 

석 할머니는 “뒤만 돌아서면 금세 까먹지만 그래도 재밌고 좋다”고 즐거워했다.
 

 

 
이들이 쓴 노트에는 비록 맞춤법도 틀리고 글씨도 비뚤비뚤하지만 지난시절의 아픔과 가난해서 배우지 못한 아쉬움 그리고 삶의 애환이 담겨져 있었다.

 

남궁정자(66) 할머니는 “나만의 공간에 무언가를 적을 수 있다는 게 이리 행복한지 몰랐다”며 \"제2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글을 배우고 나서부터 남궁 할머니에게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손주와 아들 등에게 문자 보내는 일에 자신감이 붙고 보내는 횟수도 많아진 것.

 

한글을 배운 덕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글로 나누니 그리 좋을 수 없다는 게 남궁 할머니가 미소 짓는 이유다.

 

모범생으로 불리는 김을례(70)할머니는 “이 문해학습장을 통해 많은 이들이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으로 놓았던 배움의 끈을 다시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조용한 시골 경로당이 한글 배우는 열정으로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헌신적인 지도를 하고 있는 강미희 문해교육사는 “글을 읽는 거 자체가 힘들었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생활단어들은 물론 간단한 편지쓰기 정도는 자기 힘으로 쓸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문해교육사는 “배움에는 결코 늦은 때가 없는 것 같다”며 “어려운 사정으로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어르신들이 남은 인생을 문해학습장을 통해 배우고 삶의 즐거움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움에 있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뒤늦은 나이에 한글을 깨우치려는 어르신들의 첫걸음 그리고 그 속에서의 노력과 열정만큼은 충분히 박수 받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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