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높디높은 시험의 관문을 당당히 합격한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제28회 공인중개사시험 전국 최고령 합격자 김종기(86) 옹.
전국에서 32만여 명이 응시한 이번 시험에서 김 옹은 평균 70점을 획득해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처음부터 공인중개사에 뜻이 있던 건 아니었다.
3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친 후 무료함을 이겨내기 위해 시작한 도전이다.
“젊어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퇴직 후 쉬면서 공부하고픈 일념이 생겼다”는 김 옹은 “7~8년 전부터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 공부는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체력이 떨어져 같은 구절을 몇 번이나 읊어야 했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김 옹은 “공부 중 실신해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더욱이 1차 시험은 두 번이나 합격했음에도 불구, 2차 시험에서 번번이 낙마하기도 했다.
2차 시험의 시험시간은 2시간 30분.
긴 시간을 견디는 게 어려워 정신적 압박감으로 떨어진 것 아닌가 걱정하는 나날도 이어졌다.
그 때 김종기 옹을 든든히 지켜준 건 부인 강이래(82) 여사의 내조.
강 여사는 공부하는 남편을 묵묵히 지원하며 식이요법으로 건강을 챙겼다.
김 옹은 “아내가 직접 텃밭에 채소를 키워 반찬을 만들고 눈에 좋다는 결명자차를 끌여 주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며 “덕분에 돋보기도 쓰지 않고 독서할 수 있었다”고 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김 옹은 강 여사의 내조에 힘입어 다시 도전했다.
그리고 3수만에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주위에서는 86세가 (공인중개사에)합격한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시험장에서도 한 응시생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물어보았다.
제28회 공인중개사 시험 전까지 최고령자 합격자는 70대였지만 그 기록(?)이 깨진 것.
김옹은 앞으로 법을 모르는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피해받는 일이 없도록 생활법률, 재산권 보호 교육을 전파하고 싶다는 비전이 있다.
한때 시험을 합격한 다음엔 무엇을 해야할 지 생각에 빠졌다는 김 옹.
그리고 나 자신의 물질적인 이익을 좇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대가없이 지식을 전파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86세의 기적을 이루기까지 혼자가 아닌 많은 이들의 진심어린 응원이 따랐기 때문.
김 옹은 “경로당에서 무료로 교육을 펼치고 싶다”며 “나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공유하는 삶을 살고 싶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참 시험을 준비하는 예비 공무원, 공인중개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김 옹.
“취업난, 경제난 속에서 사투하는 고시생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해 주고 싶다”는 김 옹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낙방해도 상실감에 빠지지 말고 재도약의 기회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또, 많은 노인들이 도전을 갖길 희망했다.
김 옹은 “나이가 들어서도 많은 노인이 하고픈 일에 도전했으면 좋겠다”면서 “지역에 의미있는 일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