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두둥’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열린 제57회 아산성웅이순신축제를 기념하기 위한 제23회 전국남녀궁도대회 참가자들의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졌다.
아산시 충무정을 가득 채운 관중들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고조된 분위기 속, 영예의 1위는 정연종(53·진남정) 씨에게 돌아갔다.
정연종 씨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에게 궁도는 스포츠 이상이다. 힘들어했던 그를 일어서게 한 뗄레야 뗄 수 없는 그 이상인 것이다.
정 씨와 활의 인연의 시작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에 근무하는 정씨의 일상은 출퇴근의 반복이었다.
회사원인 정 씨는 ‘운동’을 달리기, 배드민턴 정도로만 연상했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며 일에만 집중하던 정씨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정씨는 “퇴근하고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어서 술을 자주 마셨다”고 말했다.
잠시나마 심란한 마음은 잊었지만 몸은 계속해서 나쁜 신호를 보냈다.
이 때 안되겠다 싶어 배드민턴 등 운동을 시작했다. 우연히 궁도를 접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개정 발산 산기슭에 자리잡은 궁도장에서 정 씨는 매일 퇴근 후 3시간씩 연습에 몰두했다.
대나무와 측백나무가 어우러진 궁도장은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기 좋은 장소였다.
정 씨는 “머리부터 발끝 전체를 정지 상태에서 통제하는 운동인 궁도는 선수로 하여금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며 “어느샌가 짜증 섞인 모습이 사라지고 평온함을 되찾기 시작했다”고 했다.
활을 잡는 방법도 몰랐던 정씨는 3년간 궁도에 깊이 파고들었다.
실패를 반복하며 정신과 육체를 컨트롤해 과녁을 적중시키는 과정은 그를 한 단계씩 성장시켰다.
그 결과 2년차인 지난해 부안에서 열린 제54회 전북도민체전에서 전라북도 1위 및 단체종합 2위를 차지했고, 각 14개 시군을 대표하는 100여 명의 궁도인들 앞에서 그 실력을 입증했다.
이틀간 25발(첫날 15, 이튿날 10발)을 쏘는 방식으로, 그는 25발 중 23발을 명중시켰다.
직장생활로 바쁜 일상을 쪼개 시작한 연습이 그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정 씨는 “수상하면서 굉장히 의미가 남달랐다”며 “오랜 시간 갈 곳을 잃고 표류해온 내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값진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슴 가득 벅차오름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정 씨는 지난 2015년부터 군산궁도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그는 매일 70여 명의 회원들과 함께 궁도 9계훈을 가슴에 품고 활터에서 연습에 정진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궁도로 인해 많은 변화를 얻은 만큼 주변인들에게도 그 효과를 홍보하고 싶다는 정씨.
정씨는 “궁도는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40, 50대들의 자세 흐트러짐 방지와 정신 집중 효과에 탁월하며, 관절을 이용하기 때문에 중년 여성 오십견 및 출산 후 요실금을 예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라고 밝혔다.
이어 정씨는 “궁도인의 최고의 영예인 ‘명궁’ 자격을 부여받고 싶다는 목표와 정년퇴임 전후로 전북체육회 소속 실업팀에 참여하는 프로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고 두 개의 소망을 전했다.
슬럼프를 딛고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정연종 씨.
매일 명중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그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