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임진홍 군(왼쪽)과 동생 임진현 군>
“가쁜 숨을 내쉬며 피니시 라인을 들어올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열심히 해 국가대표가 되겠습니다”
장애를 넘어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서 당당히 실력을 입증하고 있는 쌍둥이 형제가 있다.
전북 장애인육상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옥구중학교 3학년 임진홍(17․형), 임진현(17․동생)군이 그 주인공이다.
진홍 군과 진현 군은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충주 호암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육상 종목에서 각각 금메달을 2개씩 수상했다.
진현 군이 남자 중등부 100m(DB)에서 13.19초로 가장 먼저 들어와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진홍 군도 남자 중등부 100m(T38)에 출전해 13.76초의 기록을 경신했다.
두 형제는 각각 1위로 들어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 두 선수에게는 장애가 있다.
형 진홍 군은 뇌병변, 동생 진현 군은 언어장애.
그러나 둘은 어릴 적부터 유달리 빠른 달리기 속도를 자랑했다.
당북초등학교에 재학할 때부터 체육대회 반 대항 계주 대표 선수는 두 형제들의 몫이었다.
자연스럽게 형제의 취미는 ‘달리기’가 됐다.
형제들이 육상 트랙에 발을 디딘 건 지난 2015년부터다.
2015년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육상트랙 100m 종목에 출전한 진홍, 진현 군은 나란히 금메달을 획득했다.
메달 레이스가 시작된 감동의 순간이었다.
이후 2016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도 진홍 군은 남중부 100m와 200m(T38)에서 금메달을 , 진현 군은 100m(DB)와 2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7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는 진홍 군이 육상 100m와 200m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진현 군이 금메달 1개를 따기도 했다.
진홍 군과 진현 군은 2015년 처음 운동을 시작했다.
달리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눈여겨본 학교에서 육상대회를 권유했고, 꿈나무육성 사업을 통해 발굴된 것이다.
쌍둥이 형제지만 장단점이 각각 다르다.
진홍군은 스타트부터 후반까지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 강한 지구력을, 진현 군은 초반에 다소 느리지만 후반에 스피드를 발휘하는 게 강점이다.
형제들은 이미 100m에서 18초를 기록하는 경쟁자들과는 달리 12~13초대의 기록을 경신한 지 오래다.
200m의 경우 26초대로 접어들었다.
진홍, 진현 군은 “기록을 조금씩 단축시킬 때 자신감이 생긴다”며 “단, 달리면서 고개를 드는 습관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형제들은 다음 대회를 기약하고 있다.
단, 한 가지 고민거리가 있다. 바로 보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싶다는 소망이다.
진홍 군과 진현 군은 “여태까진 취미로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해선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빠른 기록을 경신해 장애를 극복하고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고 밝혔다.
형제들은 달리는 걸음마다 혼신의 힘을 쏟으며 피니시 라인에 들어왔다.
이들의 의지와 열정은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진홍 군과 진현 군은 “신체적인 부분에서 남들과 다른 건 문제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뛸 수 있다는 의지와 용기다”며 “앞으로도 육상선수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그날을 향해 달릴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