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불우한 이들을 사랑으로 품어 온 일맥원 박경희 원장이 지난 2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7세.
박경희 원장은 생전 꺼지지 않는 불꽃같은 열정으로 60여 년간 소외받은 어린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사랑으로 보듬어주며 군산의 가장 낮은 곳을 두루두루 살폈다.
박 원장은 1922년 개성에서 태어났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 인생의 반려자인 김현장 목사를 만나 결혼해 교역자로 활동했다.
1944년 구세군 사관인 부군과 함께 교회 사역을 맡았다.
이 무렵 박 원장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직접 찾아다녔다. 가난했던 시절, 거리 곳곳에는 불우한 처지에 놓인 여성, 노인 등이 그녀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태복음 22장 39절)’ 라는 성경의 구절처럼 그녀는 어려운 이웃들을 살폈다.
한국전쟁 무렵에는 당시 천안에 있는 아동복지시설 혜생원과 불우여성복지시설 혜천원 등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1954년 남편이 고아원인 군산후생원장으로 부임하면서 박 원장과 군산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곳에서 10년간 연약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아동복지 활동을 펼쳤다.
남편이 경상북도 교구장에 발령이 나 군산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박 원장은 군산에 남기로 결심했다.
당시 군산은 영아원이라 할 시설이 없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버려지는 아이들도 많았다.
박 원장은 1965년 12월 24일 명산시장 안에 위치한 옛 YWCA 건물을 터전삼아 7명의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었다.
아이들은 1년새 7명에서 40명으로 늘어났다.
계속 늘어가는 유아들을 수용하기 위해 그의 가족들은 집을 팔아 부지와 건물을 마련했다.
뜻을 모아 1967년 현재의 일맥원을 세웠다.
일맥원은 영아원으로 시작했으나 1990년도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영아와 육아를 함께하는 영육아시설로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반 세기동안 이곳은 보살핌이 필요한 지역 아동, 청소년들의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했다.
박 원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녀의 이웃 사랑이 매우 각별했다고 회상한다.
박 원장의 아들인 김국진 일맥원 이사장은 “어머니는 생전에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을 몸소 실천해 왔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어릴 적부터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해 온 어머니를 보고 자랐다”며 “특히 힘 없고 연약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고 했다.
일맥원의 일맥(一麥)은 성경 요한복음 12장 24절에서 ‘한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구절 가운데 한 알의 밀알을 한문으로 표기한 것이다.
박 원장은 한 알의 밀알같은 정신으로 많은 열매를 맺었다.
또한 어린이들과 낮은 곳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남기고 갔다.
김국진 이사장은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하나님과 어머니가 주신 달란트라고 생각한다”며 “어머니가 뿌린 한 알의 밀알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전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