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또렷하다. 절기상 추분이 막 지났으니 가을인 셈이다. 한가위 큰 명절을 준비하는 군산 서민들의 차례상 보기는 설렘보다는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7월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멈췄고, 올해 5월에는 한국지엠 군산공장마저 문을 닫았다. 이른 바 ‘군산 경제 쇼크’다군산경제를 떠받치던 두 축이 무너지면서 군산경제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됐다. 군산조선소 협력업체 86곳중 64곳이 무너졌고, 한국 지엠 군산공장 도내 협력업체 164곳 중 20곳이 휴・폐업중이란 통계다.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 군산의 실업률은 4.1%였는데 작년 같은 기간 1.6%보다 무려 2.5%p가 올랐다. 1년새 실업률이 두 배 이상 뛰어 오른 것이다. 실업급여 신청자 수도 역대 최대치다. 올 상반기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4881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3927명에 비해 24.3%(954명)가 뛰었다.이 같은 수치는 2016년 3329명과 비교할 때 무려 46.6%(1552명)가 증가한 것이다. 기업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마땅한 직장이 없으니 사람들도 군산을 떠났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군산의 인구가 27만3277명인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27만5847명보다 무려 2570명이 줄어든 셈이다. 심지어 1주일에 많게는 100명씩 줄어든 적도 있다는 게 시측의 하소연이다. ‘군산 시사(市史)’를 들춰봐도 이런 ‘경제 환란(患亂)’은 없었던 듯 하다. 추석을 앞둔 군산 서민들의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올 추석의 밥상 여론거리는 단연 ‘군산 경제’다.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언제 재가동되려는지, 또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활용방안은 어떻게 정해질지가 이른 바 ‘쌀밥’ 수준의 주제다. 여기에 ‘삼성이 과연 군산에 투자할 지는 ‘반찬’급 얘기 소재다. 밥상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얘기라는 의미다. 하지만 군산조선소 재가동은 기약이 없고, 한국지엠 군산공장 활용방안은 외쳐도 대답없는 메아리다.삼성의 군산 투자 역시 줄기차게 러브콜을 보내지만 거절도, 수용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무엇하나 시원하게 말할 수 없는 현실에 추석 밥상을 차리는 군산 서민들의 가슴은 먹먹하다. 추석을 맞아 밥상 또는 술상에 둘러앉은 친인척이나 친구들에게 괜시리 미안해진다.군산시나 전북도의 무능으로 돌릴 수 없기에 만만한(?) 정부만 탓한다. 이쯤되면 어느 누구가 화제거리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지 않으리랴. 그래서 2년 가까이나 남은 국회의원 선거를 느닷없이 끄집어낸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자리가 갑자기 뜨거워진다. 정치는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키기에 열기를 내뿜기 마련이다. “군산에서 누가 국회의원 출마할 것 같아?” 현역 국회의원인 김관영에 맞서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를 거침없이 늘어놓는다.더불어 민주당 채정룡, 문택규, 조성원, 황진, 김의겸…민주평화당 박주현…함운경 등등<군산신문 7월23일자 3면>경제에서 정치로 화제를 바꾸는데 성공한 군산의 서민은 군산지역 총선구도까지 그려본다. 여기저기 들은 풍월이 정치평론가를 거의 뺨칠 정도다.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우며 추석의 밤은 점점 깊어간다. 유독 올 추석 보름달이 여느 때와 비교하면 밝지도 않고 커 보이지도 않는 것은 군산 서민들만의 생각일까. 그럴망정 추석 보름달은 군산의 모든 곳을 환하게 비췄다.모처럼 고향을 찾은 이들이나 억장이 무너져 내린 군산 서민들이나 그 보름달을 보며 군산의 번영을 소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