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럭 부스럭’적막감만 감돌던 월명공원에 작은 소리가 들렸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소리나는 쪽으로 쏠린다. 인기척에 놀란 검은색 계통의 청설모가 급히 주변의 높은 나무 위로 피했다. 침묵과 긴장감이 다시 흐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경계를 늦춘 청설모는 이쪽 나무에서 저쪽 나무로 옮겨가며 먹이 활동을 재개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월명공원은 청설모의 오랜 삶의 터전이었다. 특히 3.1운동 기념탑에서 점방산으로 오르는 울창한 숲길은 청설모의 월명공원 대표적인 서식지중 하나였다. 하지만 청설모가 어느 순간 월명공원서 쉽게 볼 수 없게 됐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전에 비해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개체 수 변화에 대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최근 규칙적으로 월명동 산돌학교 입구에서 점방산까지 오르는 동안 청설모 찾기란 쉽지 않은 과제였다. 먹이 부족일 수 있지만 월명공원내 소나무가 재선충병 예방을 위해 베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는 시각이 많다.대개 청설모는 소나무 근처에 많이 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나무 등 잎이 푸른 나무에 산다고해서 푸를 청(靑), 쥐 서(鼠) 등을 붙여 ‘청서’라고 불리웠다. 또 꼬리털이 붓의 재료로 흔히 쓰이다보니 ‘청서의 털’이라는 뜻인 ‘청설모’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한다.실제로 시는 지난 2015년부터 올해 4월까지 재선충 방지를 위해 월명공원과 청암산 등의 소나무 37만7000그루를 제거한 바 있다. 시 역시 청설모와 소나무의 상관관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시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청설모가 월명공원서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소나무가 사라진 것이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청설모의 생태적 특징에 대해 ‘다음 백과사전’을 통해 살펴봤다.생태적 특징을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월명공원서 청설모가 예전만큼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이유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설모는 저지대 평지 산림에서 고산지대 산림에 걸쳐 서식한다. 적어도 일부는 상록침엽수가 있는 산림을 선호한다. 주행성으로 주로 나무 위에서 활동하며, 지상에서 활동하는 시간은 매우 적다. 호두, 잣 등의 종자, 과실, 버섯, 곤충 등을 먹는다. 겨울철 먹이부족을 위해 가을에는 도토리 등의 종자를 땅속에 저장하거나 바위와 나무 틈새에 감추어 두는 습성이 있다.이런 생태적 특성을 놓고 보면 청설모와 소나무와는 어느 정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월명공원서 소나무의 사라짐이 청설모의 삶의 기반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유추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