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감은지는 달포쯤은 됐을 것이고, 옷은 누더기에 가까운 생활한복을 입었을 것이며, 수염도 한자는 길렀을….’ 심마니 김동삼(50) 씨를 만나러가는 길에 막연하게 든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향인 강원도 산골에서 10여년을 보내고 군산에 정착한지 6년이 된 그는 아직도 시간의 대부분을 강원도와 충북 등 깊은 산골에서 한 달 중 20여일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풍동 군산청소년수련관 초입에 있는 ‘심마니 김동삼 약초방’에서 만난 그는 기자가 상상했던 이미지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슬림한 체형에 단정한 외모를 갖춘 젠틀맨에 가까웠다. 아웃도어가 아닌 슈트를 입었으면 대기업 임원이래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첫 대면이 당초 생각했던 이미지와 너무 달라 살짝 당혹스러웠지만, 이내 오래 알고 지낸 지인처럼 가까워짐을 느꼈다. 약초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함과 진솔함이 강하게 풍겨서 좀처럼 다가가기 힘든 포스(?)를 보였던 그는, 일상적인 이야기와 신변잡기를 나눌 때는 어린아이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순수함이 가득했다.
올해 만으로 쉰 살인 김동삼 씨가 심마니의 길을 가게 된 것은 20년 전쯤이다. 강원도 원주가 고향이 그는 어릴 적부터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파란만장한 시간들을 보냈다. 10여년 목적도 없이 청년시절을 보낸 그는 우연히 산을 접하게 되면서 산사람으로 20여년을 살고 있다.
심마니 김동삼 씨는 “청년시절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았지만, 언제나 허전하고 허무한 마음과 기운이 쌓여 살았다”며 “서른쯤에 우연한 기회에 산과 산사람을 알게 되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과 함께 하면서 좋은 스승들을 만나 약초와 산삼 등을 배우게 됐으며,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도울 수 있는 길인지 깨닫게 되면서 지금 심마니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하며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지내던 그가 군산에 정착한 것은 6년 전인 2013년이다. 우연한 기회에 두 명의 군산사람을 그곳에서 만나면서 정착을 권유, 보람은 있었지만 떠돌이 같았던 제2의 인생을 군산에서 보내기로 한 것이다.
물론 군산에서 정착해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한 달의 반 이상은 강원도와 충북 등 깊은 산을 찾아 약초를 캐고 있다. 봄에는 주로 약성이 좋은 다양한 약초를 채취하고 있으며, 겨울에는 절벽 바위틈에서 주로 자라는 산도라지(흑도라지) 등을 캔다. 특히 여름과 가을에는 하늘이 내려준다는 ‘영물’인 산삼을 찾아 나선다. 물론 찾아는 나서지만 십중팔구는 소득 없이 산을 내려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김 씨는 강원도 영월군 사자산에서 평생 몇 번 접하기 힘든 영물 중에 영물이라는 산삼 중에서도 희귀한 ‘적산삼’을 만나는 행운을 만나기도 했다. 약 60년쯤으로 추정되는 적산삼은 영롱한 붉은 빛을 발산하고 있었으며, 용두부터 몸통, 뿌리까지 건강함을 담고 있었다. 대략 1,500만원 전후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영물이다.
심마니 김동삼 씨는 “군산에 정착한지 6년 쯤 됐지만 여전히 많은 시간을 깊은 산중에서 지내고 있었던 차에, 지인의 권유로 군산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면 하는 바람을 듣고 얼마 전에 이곳 송풍동 군산청소년수련관 초입에 ‘심마니 김동삼 약초방’의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에 채취한 적산삼을 비롯해서 제가 정성으로 채취한 좋은 약재들이 군산시민들의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어릴 적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삶은 주위의 어렵고 불편하신 분들에게 건강을 선물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