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근대역사박물관 야외전시장에 광복 이후 군산의 산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던 제지산업 역사를 상징하는 ‘북선제지 크레인’을 전시할 계획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일제강점기 북선제지는 설립 당시 남한의 유일한 신문용지 생산공장으로 연간 신문용지 3만톤을 생산하던 기업이다.
1944년 군산에 생산공장을 갖췄으며, 크레인은 당시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해 일본에서 가져온 것으로 가로 8m, 세로 2.5m, 무게 5톤의 초대형 규모를 자랑했다. 현재 기준으로는 일반적인 규모의 장비지만, 당시로써는 상상하기 힘든 큰 장비였다.
북선제지는 광복 이후 1954년 ‘고려제지’를 걸쳐 1973년 군산출신 향토기업인 고판남(1912~1998)씨가 삼성과의 인수 경쟁에서 승리해 ‘세대제지’를 탄생시키며 발전한 기업이다.
당시 세대제지는 우리나라 신문용지 생산 업체에서 생산능력 1위의 최고를 자랑했으며, 군산의 산업은 1970~80년대 국내 신문용지 생산을 주도했던 향토기업 세대제지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뤘다.
북선제지 크레인의 형태인 천장형 크레인은 천장에 서로 마주 보는 벽을 따라 레일을 가설하고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크레인을 설치해 무거운 물품을 쇠줄에 감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화물을 운반했다. 형태상의 특징으로는 나사모양의 리벳을 사용했다는 점인데 이러한 형태는 군산내항의 부잔교 제작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전시된 크레인은 21세기 최첨단 자율 생산시스템 설비가 갖춰진 현재의 산업 현장에서는 무겁고 쓸모없는 생산 부품으로 남았지만, 일제강점기 수탈과 저항의 도시였던 군산의 근대산업 역사를 말해주며, 군산 지역경제를 이끌어온 향토기업의 성장과 함께한 수많은 군산시민의 땀과 꿈을 담아내고 있다.
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전시한 크레인은 1940년대 이후 군산 경제를 대표했던 제지산업의 옛 모습을 엿 볼 수 있다”며 “수십 년 동안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과 함께한 크레인은 군산시민의 자긍심을 보여주는 상징적 유물로서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시공간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주차장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전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