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시설본부, 주민간담회 개최…6월중 추가 조사
주한미군이 과거에 매설한 송유관이 발견됨에 따라 또 다른 곳의 매설가능성을 열어 놓고 국방부가 추가조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철거와 복구 작업 및 후속 조치 등 국방부의 송유관 처리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옥서면주민센터에서는 국방시설본부(이하 국본)와 군산시․지역주민 등 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군산비행장 구 송유관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옥산저수지 인근에서 발견된 송유관 현황과 추가 매설 가능성이 있는 송유관 발굴추진 등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이 이뤄졌다. 이에 지역주민들은 옛 기억을 더듬어 매설 가능성이 있는 송유관 위치에 대해 설명하고, 국방부의 송유관 철거와 송유관 주변 토양오염에 대한 해결 방안 등을 함께 논의했다.
1940~50년대 군산 내항부터 미 공군 비행장까지 설치됐던 송유관은 1980년대 초 해망동 저장소 폭발사고로 폐쇄됐으며, 1982년 외항부터 비행장까지 약 9km가 새로 매설돼 38년째 사용 중이다. 문제는 과거 폭발사고 이후 일부 송유관이 폐쇄된 채 수십 년이 지나도록 지하에 방치돼 기름 유출로 환경오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1982년 매설된 송유관은 주한미군 소유라는 이유로 38년간 노후 및 관리상태도 모른 채 여전히 사용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점검도 필요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매설한 지 70여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송유관의 위치파악도 안 되고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여서 송유관이 경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해망동, 소룡동, 옥서면 등 전 구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야한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옥서면 한 주민은 “기름이 귀하던 예전에 송유관주변에 기름이 흐르면 이를 걷어 풍로(風爐)의 기름으로 사용할 정도였다”며 “한번은 관 주변에 아주머니가 연탄재를 놓는 바람에 큰불이 났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눈에 보이는 육상 송유관은 철거돼 보이지 않지만, 지하에 매설된 송유관이 몇 군데 더 있다. 이 관들이 우리 농사를 망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하루라도 빨리 찾아서 철거해야한다”고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촉구했다.
이에 앞서 국본과 시는 지난 3월 개사동 옥산저수지 인근에서 주한미군이 매설해 쓰다가 폐쇄한 송유관을 굴착작업을 통해 발견했다. 모습을 드러낸 송유관은 지름 150㎜ 강관으로 지하 약 7~80㎝ 깊이에 묻혀 있었고, 절단한 송유관 안에서 소량의 물과 섞인 기름을 확인하고 송유관이 지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확대조사하고 있다. 이 지역은 얼마 전까지 기름 유출로 인한 농민 피해가 자주 발생한 지역이다.
또 송유관 매설 의심지역인 옥녀저수지 인근 논과 배수지에서 다량의 기름띠가 형성됐다는 주민신고와 미군비행장 앞 논에서 심한 기름 냄새가 나서 땅이 오염됐다는 주민 신고가 잇따랐었다. 이런 이유로 이 지역에 매설된 송유관은 수십 년이 지나도록 지하에 방치돼 송유관 노후로 인한 기름 유출로 환경오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역민들과 환경단체가 끊임없이 제기해왔었다.
반면 그동안 미군은 송유관의 부식 및 파손 등의 수시점검을 통해 송유관으로 인한 기름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땅속에 묻혀있던 송유관의 발견으로 미군이 매설한 송유관에서 기름이 유출돼 인근 토양과 지하수에 흘러들어 오염시켰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로써 미군으로부터 송유관 매설 관련 도면과 관련 서류 등의 자료를 요구하고, 매설 위치파악과 환경조사를 실시해 더 이상의 토양오염을 막아야한다는 시민단체와 지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진협 국방시설본부 대위는 “어르신들의 기억을 토대로 송유관 매설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집중 조사해 송유관 매립 여부를 탐지기와 굴착기를 이용해 확인하겠다”며 “발견된 송유관의 철거와 확인되지 않은 송유관의 처리는 기획재정부의 예산심의를 거쳐 6월중에 철거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주민들이 추가적인 매설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두 곳의 지역에 대해서도 빠르면 6월 중에 조사를 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동수․한안길 의원은 “현재 발견된 거사마을의 송유관의 빠른 철거와 다른 송유관의 매설지를 찾아 옛 선조들이 물려주신 땅에 더 이상 기름띠가 흐르지 않는 기름 없는 ‘기름진(비옥한) 땅’으로 되살리도록 한 점 의혹 없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