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인 수질 개선사업의 한계…해수 유통만이 유일한 해결책
6급수 새만금호 수질이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겨울이 짧아져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만금 수질 개선사업 20년을 총정리 하는 정부의 평가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하 조사단)이 내놓은 5년간의 기록인 ‘2016~2020년 새만금호 수질 조사결과’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새만금호 수심 3m 아래로는 수중 생물체가 살수 없는 ‘데드 존(Dead Zone)’이 형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시 말해 새만금호가 죽음의 호수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도와 시민사회단체 간 새만금 해수 유통 찬반논쟁이 다시 불붙은 가운데 나온 주장이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일 조사단은 보고서에서 매년 봄부터 가을(4~11월) 사이 새만금호 수심 3~5m 구간에서 염분 성층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염분 성층화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지 않는 현상으로, 표층수는 민물층, 심층수는 짠물층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수심이 깊어질수록 용존산소량도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심 3m 이상은 용존산소량이 1리터당 3㎎ 이하, 즉 생물이 폐사할 수밖에 없는 빈산소층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최악은 바닥층으로 0.5㎎ 이하, 즉 무산소층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으며, 더 큰 문제는 겨울철(12~3월)에도 이 같은 염분 성층화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겨울철에도 표층수의 밀도가 낮은 상태로 유지돼 심층수와 섞이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 같은 염분 성층화 현상은 지난해 12월 중순 수심 6m 이상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결과 당시 수온은 수심별로 약 9~11℃를 보였고 용존산소량 또한 봄, 여름, 가을철과 비슷한 1리터당 3㎎ 안팎을 오르내렸다. 자칫 이대로라면 겨울철에 잠시 형성되는 생존기도 사라질지 모른다는 진단이다.
오동필 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은 “일반적인 바다와 민물에서는 표층과 저층의 밀도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온도에 의한 성층화가 일시적으로 일어나지만 새만금호에서 일어나는 염분에 의한 성층화는 그보다 훨씬 강력하게 층을 형성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새만금호처럼 수심이 깊고 넓은 곳에서는 염분 성층화를 인위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해수 유통이라는 자연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의 주장대로라면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들이 지난 20년간(2001~20년) 4조1,828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새만금 수질 개선사업에 쏟아 부었지만, 공염불에 불과한 상황. 약 13억톤을 담을 수 있는 대규모 담수호를 조성해 농업용수로 쓰겠다는 계획에 따라 수질을 농업용수로 쓸 수 있는 수준인 3~4급수로 목표를 잡았지만, 현재 수질은 5~6급수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을 기준삼아 전체 측정지점 13곳의 연평균 값을 낸 결과다.
전북녹색연합과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등 20여 개 단체로 구성된 ‘2020새만금해수유통전북행동’은 “지금까지 새만금 수질 개선사업은 실패한 것이고,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다 책임 소재도 가려야한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도 청구한 상태여서 새만금 수질 논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 문제가 해수유통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전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