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가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농산물(쌀·보리) 유통시스템 구축을 위해 관내 농협미곡종합처리장(RPC) 통합법인을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다만, 지역의 상당수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이 같은 통합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군산지역에는 회현․옥구․대야농협 3곳이 벼를 건조, 저장, 가공 가능한 자체 RPC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군산․서군산․옥산․군산농협은 가공을 제외한 건조와 저장 시설만을 갖춘 벼 건조저장시설(DSC)을 보유하고 있다.
시는 명실상부한 전국 쌀 대표 브랜드 육성과 지속적인 품질관리 등을 위해 지난 해 ‘군산시 식량산업 5년 종합계획’을 수립했으며, 오는 2023년까지 고품질 군산 쌀 생산기반을 강화하고 유통 체계화 방안 및 잡곡산업 육성을 위해 RPC, DSC, 들녘경영체, 식량작물 관련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시는 종합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농협RPC/DSC를 통합 운영해 쌀과 밭작물의 생산 및 유통체계화, 시설투자 운영 등 지역소비 활성화와 마케팅, 시설운영 효율화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5년 안에 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고품질 쌀을 위한 가공시설 현대화 등의 국비지원 등이 제한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군산지역의 미곡생산은 지난해 기준으로 생산면적 1만1,284㏊, 생산량은 8만5,177톤으로 수분 및 단백질 함량 등 품위가 높고, 향․밥맛․윤기 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쌀 가공·유통 핵심시설인 RPC/DSC가 개별운영 돼 투자부족과 가동률 저하 등의 비효율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13개에 달하는 쌀 브랜드 유통으로 인해 소비자 인지도가 미비해 식량작물 유통시스템 혁신을 통한 군산시 대표 통합브랜드 육성 및 공동마케팅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개별 단위사업을 하고 있는 ▲대야 RPC/DSC는 ‘큰들쌀’, ‘큰들의꿈’ ▲동군산 RPC/DSC는 ‘아리울’, ‘동군산신동진’, ‘자연순리’ ▲옥산 RPC/DSC는 ‘옥이슬’ ▲서군산 RPC에서는 ‘미성청결미’ ▲군산 RPC은 ‘진포건강미’ ▲옥구 RPC는 ‘못잊어 신동진’ ▲회현 RPC에서는 ‘옥토진미’, ‘옥토진미골드’, ‘배아미’, ‘무농약쌀’ 등의 자체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지역농협에서 생산처리 된 8만5,000여 톤 쌀의 약 35%인 3만여 톤이 RPC/DSC를 통해 각기 다른 이름으로 판매되고, 지난 2018년에 비해 2019년 당기순이익도 동군산․옥구․옥산농협을 제외한 곳은 모두 약 50% 감소했다.
이에 따라 7개별 RPC/DSC의 재무진단과 도출된 문제점을 파악한 후 리스크를 최소화해 통합 운영으로 체계적인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합브랜드 육성 및 공동마케팅 등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군산시는 농협중앙회 군산시지부와 농협RPC통합 추진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문영엽 군산농업기술센터소장, 조인갑 농협중앙회 군산시지부장, 7개 지역 농협조합장, 농협 지역본부 양곡자재단장, 먹거리정책과장 등이 참석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지역농협의 한 조합장은 “이해관계가 많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정책이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며 “조합원들과 상의해 쌀 농업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영엽 군산농업기술센터소장은 “향후 2~3년 안에 통합계획이 구체화돼야 관련된 국비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모든 농협이 독자생존이 가능하면 통합의 필요성이 없지만, 그러지 못하기에 선택을 해야 한다. 조합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올해 10월까지 관내 농협(RPC/DSC)경영분석을 통해 지역에 맞는 RPC통합 방식과 실행전략 제시 등 RPC통합 추진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농협별 총회,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쳐 ‘군산시 통합RPC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유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