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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주꾸미 보호사업'

매년 알이 벤 어미와 어린 주꾸미 잡는 일 반복

군산신문(1004gunsan@naver.com)2020-09-21 09:19:17 2020.09.21 09:19:17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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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2억3,000여만원 들여 주꾸미 산란장 조성

 

  “봄만 되면 수백 척의 배가 알이 벤 어미 주꾸미를 잡고, 가을이 되면 낚싯배에서 어린 주꾸미를 잡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억원을 들여 주꾸미 치어를 방류하고, 더 나아가 산란장을 조성하고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앞뒤가 맞지 않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인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군산지역 한 어민의 지적이다.

 전북도와 군산시 등은 어민들의 소득향상을 위해 거의 매년 주꾸미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여기에 시는 한 발 더 나아가 주꾸미 산란장을 조성했다. 주꾸미 수산자원 회복과 어장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연도와 비안도 연안에 패류껍질을 활용한 주꾸미 산란장을 조성한 것이다.

 주꾸미는 수심 5~50m 정도의 모래, 자갈 바닥에서 주로 서해에서 상대적 서식밀도가 높으며, 봄철 어민들의 주요 소득원인 수산자원으로 산란기에 패류껍질에서 산란하는 습성이 있다. 이에 시는 금어기인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2억3,000여만원을 투입해 연도와 비안도 연안에 모두 12만8,000개의 산란시설물을 제작해 설치를 마쳤다. 주꾸미 한 마리의 산란량은 약 350~400여 개로 산란시설물에 약 30% 이상 인입률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금전적으로 환산하면 약 15억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시는 분석하고 있다.

 또한 산란시설물을 회수해 패각 안쪽의 따개비, 뻘 등을 제거 및 탈락, 손상된 패각은 보수해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적인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시의 노력에 앞서 근본적인 대책이 먼저 수립되지 않으면, 매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주꾸미는 서해와 남해의 얕은 연안에 서식하며 수명은 약 1년 정도다. 보통은 4~6월에 태어나고, 7~10월에 성육기를 거친다. 11월부터 이듬해 2~3월까지는 성숙기로 산란을 위한 준비과정을 거치고, 4~6월에 약 300개 안팎의 알을 낳은 뒤 생을 마감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매년 5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 113일간 주꾸미를 잡을 수 없도록 금어기로 정했다. 주꾸미의 개체보존을 위해서는 3월부터 5월 초까지 알이 벤 주꾸미를 보호해야 함에도,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주꾸미를 포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기간 동안 살아남은 주꾸미가 알을 낳으면, 치어는 가을부터 낚싯배의 표적이 된다. 작은 것은 겨우 손가락 하나만한 주꾸미를 수십 척에 나눠 탄 낚시객들이 적게는 수십 마리, 많게는 수백 마리씩 잡는 일이 가을 내내 이어진다. 군산지역에 등록된 낚싯배만 해도 200여척에 달하며, 군산해경에 따르면 이들 낚싯배 중 하루 평균 적게는 80여척 많게는 100여척이 가을철 주꾸미 낚시객을 실어 나른다.

 이처럼 산란기를 앞둔 3∼5월 알이 벤 성채와 가을철 겨우 치어를 벗어난 어린 주꾸미들을 대상으로 조업과 낚시가 이뤄지면서 주꾸미의 생산량은 감소하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대책 없이 시가 개체 수 보존을 위해 산란장을 만든 것에 대해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시의 한 관계자는 “현행 주꾸미 관련 금어기는 정부가 어민, 지역생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설정한 것이지만, 생태환경의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화의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을철 주꾸미 낚시의 경우 무분별한 포획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면허제 또는 허가제 등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어업인과 낚시객들의 반발이 커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의 한 어업인은 “이 같은 문제는 군산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서남해안 전체의 문제지만, 회유를 하는 주꾸미의 특성상 특정 기간에 성채와 어린 주꾸미를 잡는다고 어자원이 고갈된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관계기관과 어업인들이 어족자원을 보호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소득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전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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