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독감까지 유행할까봐 불안한 마음에 가족들과 함께 병원을 찾았습니다.” 모 내과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마치고 나온 한 시민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말, WHO(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전까지 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쌍둥이를 뜻하는 영단어 ‘트윈(Twin)’과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팬데믹(Pandemic)’의 합성어인 트윈데믹은 비슷한 2개의 질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을 가리키는데, 코로나19와 독감은 호흡기 감염 질환이면서 열․기침․인후통 등의 증상까지도 비슷해 트윈데믹으로 일컫는다.
질병관리청(청장 정은경․이하 질병청)에 따르면,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 됐던 사람은 3명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올 가을․겨울철 트윈데믹 가능성에 대해선 독감에 대한 백신 접종률이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 등이 동시 유행의 크기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독감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독감 백신은 접종 2주 후부터 예방효과가 나타나고 6개월간 면역이 유지되며, 2020∼2021년 독감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국가 예방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청소년과 임산부, 만 62세 이상이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할 것을 고려해 백신 공급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트윈데믹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정부와 무료 접종용 백신 조달 계약을 맺은 한 업체가 배송과정에서 냉장차 문을 열어놓거나 제품을 바닥에 내려놓는 등 ‘냉장유통’(콜드체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질병청은 지난달 21일 밤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했다.
설상가상, 유통과정 중 상온 노출이 신고돼 접종을 중단시킨 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다. 질병청이 파악한 정부조달 물량 접종사례는 지난 6일 기준 16개 지역 3,045건이며, 이 가운데 수거 대상 물량(48만 도즈) 접종사례는 전국 7개 지역 554건이다.
반면 전북은 수거 대상 물량이 배송된 11개 시․도에 해당되지 않아 상온 노출이 의심된 백신 접종사례는 1건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독감 백신에 대한 접종자 수가 증가하자 독감 무료 예방접종 대상자들은 염려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유료백신을 찾는 상황까지 다다랐다.
유료접종을 위해 내과를 찾은 임신부는 “독감 무료백신의 상온노출로 접종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이후, 다시 정부에서 12세 이하와 임신부 대상으로 무료예방 접종을 재개했지만, 불안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저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유료접종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독감 무료백신의 상온 노출 사태까지 발생해 장기화된 코로나19와의 전쟁으로 심신이 지쳐있던 시민들의 건강이 다시 한 번 위협받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지난 6일 질병청과 식약처는 유통 중 상온에 노출된 독감 백신의 품질검사 결과,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백신 효력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일부 백신(48만 도즈)은 수거를 결정했다.
또한 독감 백신 무료 예방접종은 예방접종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 뒤, 12일부터 접종을 재개할 방침이다.<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