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봄철에 수백 척 배에서 치어와 성체 번갈아가며 조업
지자체 등 매년 수억원 들여 치어 방류․산란장 조성…‘엇박자’
금어기 변경․금지체중 제도 신설-어민과 낚싯배 선주 ‘입장차’
가을이면 수백 척의 낚싯배에서 어린 주꾸미를 잡고, 봄이면 알이 벤 어미 주꾸미를 잡고, 다른 한쪽에서는 매년 수억원을 들여 치어를 방류하고, 산란장을 조성하고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군산지역 한 어민의 지적이다.
전북도와 군산시 등이 어민의 소득향상을 위해 거의 매년 주꾸미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여기에 시는 한 발 더 나아가 주꾸미 산란장을 조성했다.
주꾸미 수산자원 회복과 어장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연도와 비안도 연안에 패류껍질을 활용한 주꾸미 산란장을 조성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시의 노력 등에 앞서 근본적인 대책이 먼저 수립되지 않으면, 매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주꾸미는 서해와 남해의 얕은 연안에 서식하며 수명은 약 1년 정도다. 보통은 4~6월에 태어나고, 7~10월에 성육기를 거친다.
11월부터 이듬해 2~3월까지는 성숙기로 산란을 위한 준비과정을 거치고, 4~6월에 약 300개 안팎의 알을 낳은 뒤 생을 마감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매년 5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 113일간 주꾸미를 잡을 수 없도록 금어기로 정했다.
주꾸미의 개체보존을 위해서는 3월부터 5월 초까지 알이 벤 주꾸미를 보호해야 함에도,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주꾸미를 포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기간 동안 살아남은 주꾸미가 알을 낳으면, 성육기의 치어는 가을부터 낚싯배의 표적이 된다.
작은 것은 겨우 손가락 하나만한 것을 수백 척에 나눠 탄 낚싯객들이 적게는 수십 마리, 많게는 수백 마리씩 잡는 일이 가을 내내 이어진다.
군산지역에 등록된 낚싯배만 해도 200여척에 달하며, 군산해경에 따르면 이들 낚싯배 중 하루 평균 적게는 80여척, 많게는 150여척이 가을철 주꾸미 낚싯객을 실어 나른다.
이처럼 산란기를 앞둔 3∼5월 알이 벤 성체와 가을철 겨우 치어를 벗어난 어린 주꾸미들을 대상으로 조업과 낚시가 이뤄지면서 주꾸미의 생산량은 감소하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군산수협 등에 따르면, 해가 거듭할수록 어획량 감소로 위판실적이 악화돼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역 어민 등이 해양수산부에서 운영하는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발굴단’에 주꾸미의 금어기 기간 변경과 금지체중 제도 신설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에는 주꾸미 낚싯객의 남획문제 해결을 위해 현행 금어기(5.11~8.31)를 한 달 연장․변경(5.11~9.30) 하자는 것과 낚시객 1인 1일 최대 포획량을 제한하는 것 등을 담고 있다.
지역 수산인들은 “현행 주꾸미 관련 금어기는 정부가 어민, 지역생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설정한 것으로, 생태환경의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화의 필요성은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어민과 낚싯배 선주, 낚싯객 등이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