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건물과 지나친 상술로 추억과 낭만 가려져
좁아진 보행로로 인해 관광지 훼손과 안전사고 위험
대표적 관광지지만 ‘30분 컷’ 지적…연계 관광 절실
군산의 대표 관광지로 손꼽히는 ‘경암동 철길마을’이 철길을 가로막은 상점의 천막과 무분별한 물건 적치 등으로 ‘철길 없는 철길마을’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처럼 법과 안전을 무시한 건축 행위로 보행로가 좁아져 철길이 보이지 않아 관광지 훼손과 함께,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진 철길마을의 적극적인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좁은 철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마주 보고 늘어선 상점들이 제약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가게 앞은 물론 철길 위까지 물건들을 쌓아 놓고 있다.
또 옛날 과자와 달고나 등을 체험하며 추억을 즐길 수 있는 공간마련을 위해 대부분의 상점이 천막 등 불법 가설건축물을 철길 넘어서까지 세워놓고 손님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최근 이곳은 유명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방영되고, ‘7080 타임슬립’을 경험할 수 있다는 방송과 sns 등의 영향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실제로 주말이면 2m 남짓한 철길은 사람들로 가득 차 좁아진 통로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연출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성세대에는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이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주는 여행지를 기대하고 찾은 관광객들에게는 추억은커녕 오롯이 철길을 걸어보려고 찾은 관광객들은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며 지나가기 바쁘다.
이 때문인지 “군산의 유명한 레트로한 관광명소인줄 알았는데, 추억 팔이 하는 야시장에 온 것 같다”, “철길마을이라는 이름 자체의 의미가 퇴색됐다”, “오롯이 철길을 감상할 수 없는 ‘철길 없는 철길마을’” 등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군산의 대표적 관광지임에도 ‘30분 컷’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달고나, 교복체험 등외에는 별다른 체험거리가 없어 스쳐지나가는 곳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발생한 이태원 참사도 불법 건물이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만큼, 무허가 상점들의 강력한 제재를 통해 불법 행위를 근절해 과거 그대로의 철길마을 보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단순히 옛날 간식과 교복 등의 일회적인 경험 말고 다양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문화적 콘텐츠와 지역생산품 체험활동 구축 드을 통해 새로운 관광루트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개인 소유 부지 외에 한국철도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함께 철길마을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군산시는 무허가 건물에서 영업하고 있는 상점에 ‘계고장’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며 대집행을 예고하고 있지만, 상인들의 반발로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경암동 철길마을은 일제강점기 신문용지를 운반하기 위해 군산역과 공장을 연결하는 2.5km 철로가 놓이면서 형성된 곳으로, 지금은 ‘진포사거리’에서 ‘연안사거리’로 이어지는 철길 약 400m 구간을 말한다.
지금은 중단됐지만 지난 2008년까지 이곳을 관통하는 기차가 하루 두 번 운행했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독특한 풍경 때문에 사진작가들의 단골 출사 지역으로 명성을 누리다,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군산의 대표 관광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유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