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쇠락의 길… 백약이 무효인 상황
도시재생사업 등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야
가을을 시샘하는 비로 거리가 온통 젖어 삭막한 상황과 맞물려 군산의 대표 상권이었던 영동상가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처량해 보였다.
군산시민은 물론, 인근 익산과 서천 등에서도 손에 꼽혔던 ‘패션 1번지’였던 영동상가의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음을 실감케 했다.
최근 이곳 영동상가를 방문하는 사람의 발길이 손에 꼽히게 줄어들어 상가의 기능을 하는 곳조차 어색하기만 하다.
실제로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과거 영동상가는 군산의 패션 1번지였는데 지금의 모습은 대표 상권의 몰락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라며, “새롭게 활력을 불어넣을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이곳은 193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반세기 이상 군산 최대의 대표 상권이었다. 시청 등 공공기관 이전과 택지개발을 통한 신도시 조성, 대형마트 등으로 상권이 옮겨가기 전까지.
도심 공동화 현상은 도시발전 단계에서 빚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이지만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는 영동 상권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상가 곳곳에 보이는 ‘임대’ 안내문이 이 같은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군산시가 지난해 영동상가 현황을 조사한 것을 보면, 전체 91개의 상가 중 영업 중인 점포는 30곳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 전까지 시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도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물빛거리 조성과 지중화 사업을 벌여 잠시나마 부활한 듯 보였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상권의 구조적인 문제를 위한 활성화 방안이 아니라, 이벤트적인 요소가 많아 실패한 사업이 돼버렸다.
이후 2018년에는 다양한 업종을 유인해 활성화하겠다는 목적으로 3억3,000만원을 들여 도시가스 공급사업을, 27억원을 투입해 하수관거 정비공사를 마친 바 있지만, 이 역시도 애초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어 같은 해 2억4,000만원의 예산으로 경관조명과 노천카페 등을 설치해 100년 역사의 거리 영동 원도심 활성화 사업을 진행했으며, 2019년에는 행안부 청년 일자리 대책 공모사업에 선정돼 2억2,000만원의 예산으로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이와 함께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동상가 활성화를 위해 노래자랑과 프리마켓 행사 등을 진행하는 등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영동상가의 한 상인은 “상가 곳곳에 임대와 폐업이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을 볼 때마다, 영동상가와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청춘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있는 이곳 영동상가가 부활의 날갯짓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지금의 영동상가가 옛 번영을 누리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지만, 시와 상인, 건물주 등이 활성화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영동상가의 부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상권 자체가 무너져 사실상 회생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패션 일번지’였던 과거를 뒤로하고,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한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가진다. <전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