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식 전 자녀들과 함께 행복한 모습의 신랑 오창섭씨와 신부 나탈리아씨.
방실방실 해맑게 웃는 노랑머리 신부와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느라 정신없는 신랑. 그 주인공은 바로 오창섭(40․개정) 나탈리아(32) 부부다.
이들은 7년 전 혼인신고만 한 채 한 살림을 차리고 새해를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군산시와 가정을건강하게하는시민모임 전북지부 등의 도움으로 나운동 궁전예식장에서 200여명의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비로소 결혼식을 올렸다.
이복웅 군산문화원장의 주례와 김희숙 군산시건강가장지원센터장의 사회로 이날 지각 결혼식을 올리는 내내 행복에 들뜬 신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신랑의 얼굴에는 미안함과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부모를 대신해 혼주 자리에 앉은 큰 누나에게 절을 올리는 순간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우여곡절 많은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막이 되어줬던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엉켰기 때문이다.
오씨와 나탈리아씨가 부부의 연을 맺게 된 건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러시아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한 나탈리아는 2000년에 코리안드림을 안고 고향 친구들과 한국에 들어왔다. 입국한지 며칠 뒤 이들은 야유회를 갔다가 그곳에서 오씨 일행과 만나게 됐다.
운명이었을까. 말도 통하지 않았지만 서로 첫눈에 반한 오씨와 나탈리아씨. 그 때를 시작으로 이들의 동행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출발은 순조롭지 못했다. 당시 나탈리아씨에게는 러시아에 두고 온 5살짜리 딸이 있었던 것. 그러나 나탈리아씨는 이것을 숨기지 않고 오씨와 그의 가족들에게 솔직하게 낱낱이 고백했다.
가족들은 이렇게 진솔한 나탈리아의 태도가 지금의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결혼이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국제결혼은 당사자 1대1의 문제가 아니라고 오씨의 큰누나 오경자(48·성산)씨는 말한다. 피부나 머리카락색은 물론이고 언어와 사고방식, 문화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가족들의 이해와 인내, 적극적인 태도가 없이는 원만한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할 줄 알았던 시아버지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얼마나 사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아들의 선택을 적극 지지했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더니 나탈리아씨를 말없이 응원해주셨다.
나탈리아씨는 “형제들의 이해와 도움으로 한 가족이 될 수 있었다”면서 “받은 사랑을 꼭 되돌려 주겠다. 아이들 교육이 가장 힘들었는데 주변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다. 아영이가 학교공부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개인 지도해 주신 교수님이 계신가 하면, 학원비를 보내주신 분도 계시다. 바른 사람으로 키워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어는 물론이고 한국문화를 잘 공부해서 러시아와 한국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 특히 국제결혼을 꿈꾸는 러시아여성들의 웨딩메니저가 돼 한국생활에 좀 더 쉽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오씨는 “가족이란 혈연으로 맺어진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한솥밥을 먹는 것”이라며 국제결혼에서 필수조건은 ‘인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형편이 어려워 나탈리아에게 이제야 면사포를 씌워 줄 수 있게 됐다. 이마저도 군산시와 군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 등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예쁘고 바르게 살아서 다문화가정의 표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