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사랑의 달이라구요? 잔인한 달이예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있죠. 운동회에 지인들의 결혼식까지 있어서 돈 나갈 일만 있거든요.” 대형마트 선물코너에서 이것저것 고르던 황옥희(41․지곡동)씨가 텅 빈 지갑을 내밀면서 한숨 섞인 말을 했다.
5월에는 나갈 돈이 많지만 지갑은 지난해보다 훨씬 얇아졌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에 황씨 남편의 회사도 월급은 동결되고 보너스는 전액 삭감됐다.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 때문에 마음은 천근만근이다.
그러나 지난 1일 황씨는 큰 딸의 소풍과 작은 딸의 운동회가 겹쳐서 도시락과 용돈을 챙겨 주고, 5일 어린이날에는 선물과 나들이로 거금을 지출했다.
8일 어버이날에는 양가 부모님과 외식하면서 꽃바구니와 용돈을 드렸고,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 고르고 있었던 것. 간소하게 최소한의 것만 챙긴다고 했는데도 월급이 들어 온 지 하루 만에 통장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아 월말까지 버텨낼 일이 걱정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형편 생각하면 눈 딱 감고 그냥 지나치고 싶죠. 하지만 아이들 기죽이는 것 같고, 부모님께는 불효자로 선생님께는 무심한 학부모로 인식될 것 같아서요. 지인들 결혼식이 주말마다 있고… 사람 노릇하고 살기 참 힘드네요.”
황씨의 하소연이 어디 남의 말일까. 그나마 황씨의 형편은 나은 편에 속한다.
자동차부품업체에 근무하는 최모(40)씨는 달력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무급휴일인 빨간날이 많아서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최씨가 다니는 공장은 지난 3월과 4월에 절반만 가동해서 월급도 절반만 나왔다. 그러다 보니 가정의 달 5월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최씨는 마음 같아서는 어버이날에 보약이라도 지어드리고 싶었는데 부모님 용돈 드리는 것도 부담이 돼서 생략했다.
“어린이날 선물 사달라는 아이들을 철 없다고 나무란 뒤 탕수육과 자장면으로 달랬어요”라며 남들처럼 놀이공원 가는 일은 꿈도 못 꿀 일이어서 사는 게 참 허무하다는 최씨.
중소기업에 다니는 5년차 정모(36)씨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여수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고 싶었지만 포기했다. “아내 눈치도 봐야 하고 내 부모만 챙기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괜히 부부싸움만 했다”고 한다.
이처럼 마음만큼 주머니 사정이 따라주지 않는 30~40대 가장과 주부들에게 5월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 숙이게 만드는 잔인한 달이요 신보릿고개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