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8시 30분 성산면 깐치멀정보화마을. 구불 3길을 체험하기 위해 시 담당 직원과 동료 그리고 전북일보 홍성오 기자 등 13명이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한 자리에 모였다.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군산을 알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구불길 코스가 개발, 눈길을 끌고 있다. 이곳저곳 아스팔트 길이 뚫리고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요즘, 시 담당직원이 끈질긴 노력과 열정 속에 드러난 구불길은 군산의 아름다운 생태계와 지역 숨은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구불길은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수풀이 우거진 길을 여유, 풍요, 자유를 느끼며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 여행길’을 뜻한다.
이 같은 의미가 무색하지 않도록 현재 실무자들은 구불길 4개 코스를 개발한 뒤 구불1길부터 구불4길까지 도보 여행자의 입장에서 직접 답사에 나서고 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도보길에 나서면서 다양한 의견을 경청, 수렴하고 이를 통해 관광객과 시민들이 공감하는 명품길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깐치멀마을에서 출발한 일행들은 환한 햇살을 받으며 즐거운 여행길에 오르기 시작했다. 출발한지 5분이 지났을까 농촌마을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담장 넘어 들리는 강아지 짖는 소리와 쉴새없이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 모두가 정겹게 느껴졌다. 도심에서는 쉽게 느껴보지 못하리라.
깐치멀마을에서 창오초등학교를 지나 고봉산으로 가는 길. 차량이 오가는 도로를 이용해야 하다보니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고봉산 진입로에 다다랐을까. 이날 휴가 중에도 구불길 답사에 동참한 채행석 담당(지방행정 6급)과 임현 담당자가 지도를 펼치며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방금 지나온 길이 위험하니 다른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들에게 이번 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미흡한 점과 개선할 점을 꼼꼼히 살피며 ‘생명력이 있는 구불길’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채 담당은 “구불길에 살을 붙이고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며 “아직은 걸음마 수준에 있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한단계 한단계 발전시키고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1시간가량 걸은 일행들은 고봉산 소재 옛 미군 레이더 기지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일행들이 메고 있는 등산가방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궁금할 차에 복숭아와 포도, 초콜릿 등이 여기저기서 마구 나온다.
휴식을 취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구불길이 말하는 여유와 풍요, 자유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고봉산을 넘어 일행들이 첫 번째 간 곳은 채원병 가옥, 아산마을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곳은 나무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특히 각각의 공간이 서로 나뉘어져 있으면서도 툇마루로 연결되는 특이한 공간구조가 군산지역 양반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월령마을을 통과하면 활을 쏠 수 있는 진남정과 최호 장군유지를 만나게 된다. 일행들은 진남정에서 관리이사로부터 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그 위력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470여년전 최호 장군도 이렇게 활을 쏘았을까.
최호 장군유지를 둘러보고 백일홍이 심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발산초등학교 뒤에 있는 발산리 유적지가 나온다.
이곳의 유물들은 우리나라 근대사의 아픔을 대변한다. 당시 농장의 주인이었던 일본인 시마타니가 희소성 있는 골동품에 대한 소유욕만이 앞서 인근의 소작인들을 동원해 불법으로 모은 우리 문화재가 여기에 있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석조유물 전시장의 바로 옆에 위치한 3층의 금고형 건물. 우리나라의 유물과 현찰 등이 당시 보관되었던 곳으로 사마타니가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산(MADE IN USA)’이라고 적혀 있는 철문까지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금강산도 식구경이란다. 발산의 한 식당에서 훌륭한 점심을 먹었다. 최근 군산에서 출시된 흰찰쌀보리 막걸리가 이 자리에서 화두였다. 모두들 한 잔씩 기울이며 맛이 좋다고 호평들 한다.
무더운 날씨를 뚫고 도보여행이 계속됐다. 오줌바위약수터에 도착했을 때 일행들의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자연이 선사하는 시원한 물에 모두들 놀라며, 이를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이 여러사람 입에서 나왔다.
약수터에서 구불구불하면서도 아름다운 대야산책로를 걸었을 때는 마치 동화 속을 걷는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낭만적이었다.
“그동안 왜 이런 천혜의 길을 걸어보지 못했을까.” 모두들 스스로 반문하는 표정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단체가 뽑은 최우수브랜드 쌀인 ‘큰들의 꿈’을 재배하는 대야들녘을 가로질러 최종 목적지인 옥산맥섬석허브 한증막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30분.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어떤 여행보다 값진 경험과 추억들을 한아름 간직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한마디씩 거든다. 그리고 구불길이 성공하리라 확신 했다.
구불길은 군산의 4가지 맛을 소개하고 있다. 금강을 주무대로 하는 구불1길(비단강길)과 망해산 능선을 따라 걷는 구불2길(햇빛길), 역사가 숨쉬는 구불3길(큰들길), 자연의 아름다움이 가득 묻어나 있는 구불4길(구슬뫼길) 등이다.
담당직원 임현씨는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이 발걸음이 그리운 구불길이지만 특색을 갖추고 살을 붙인다면 훌륭한 도보여행길이 될 것”이라며 “여행자들의 편안한 휴식과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