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새벽 5시 옛 군산역 공터에 들어선 새벽시장. 도로 가득 상인들이 저마다 가져온 물건들을 진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50여년 가까이 이어온 옛 군산역 도깨비 시장. 새벽 일찍 열려 사람과 차량 교통량이 많아지는 출근시간이 되면 모두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반짝 장, ‘도깨비’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영미 엄마, 오늘은 늦게 왔네?” “늦잠 자느라 그랬어. 세 시간 안 남았으니 후딱 팔고 가야지.”
이곳 상인들은 사는 곳은 다르지만 많게는 수 십년 동안 함께 해온 가족이나 다름없다. 자리마다 주인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켜오다 보니 주변에서도 암묵적(?)으로 인정해 준단다. 이 때문에 목 좋은 자리를 놓고 다툴 일도 없다.
<옛 군산역 도깨비 시장 풍경>
요즘 추석 대목을 맞아 이곳 도깨비 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모처럼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다.
심지어 명절특수(?)를 노리려는 일부 상인들이 한시적으로 이곳을 찾고 있는 진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사람들이 앞을 지나 칠 때마다 발목을 붙잡는 상인들의 구수한 입담이 흘러나온다.
“아줌메, 이거 하나 가지고 가. 연하고 아주 부드럽당게. 싸게 해줄게. 하나 사들고 가”
발걸음을 멈춘 한 아주머니가 나물을 꼼꼼히 살펴보며 2000원 값을 사간다.
나물을 팔고 있는 김주연 할머니는 벌써 15년 가까이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터줏대감.
김 할머니는 “큰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직접 캔 나물들을 팔면서 자식 교육비도 대고 생활비에도 보탰다”며 “오랫동안 함께 해온 소중한 일터”라고 소개했다.
이곳에서 남편과 함께 생선을 팔고 있는 백미경 씨. 백 씨가 이곳에서 장사를 한 지 1년여에 불과하지만 기가 막힌 장사술로 손님들을 한껏 끌어 모은다.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릅니다. 만원에 동태 3마리…”
작은 동태 한 마리 덤으로 달라는 한 아줌마와 잦은 실랑이도 벌이지만 결국 손을 드는 건 백씨. 결국 한 더미 쌓여있던 동태가 순식간에 바닥을 보인다.
백씨는 “이거저거 따지면 이곳에서 장사 못한다”며 “남는 건 줄어도 이런 게 이곳의 매력 아니겠냐”고 말했다.
구석 한 모퉁이에서 채소를 파는 백발의 한 할머니는 이곳 도깨비 시장의 긴 역사를 말해주는 듯 하다. 호박 3개와 당근 6개를 바닥에 놓고 장사를 하는 이 할머니는 “집에만 있으면 뭐 하냐”며 “이렇게 팔면 용돈은 된다”고 했다.
가져온 생선을 다 못 팔고 일부 남아 있는 김창근(58)씨.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담배만 연신 품어대고 있었다.
김 씨는 “대목을 앞두고 사람들이 조금씩 오긴 하지만 예전만 못하다”며 “특히 군산역 이전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김씨는 “지난해 1월 군산역이 내흥동으로 이전한 후로 찾아오는 손님도 뜸해졌다”며 “오랜 역사를 간직한 명물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곳 새벽시장의 역사는 족히 45년은 넘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지난 1950년 6.25전쟁 발발이후 사람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그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근 가게 주인은 “어머니 때에도 새벽시장이 열린 것으로 안다”며 “아마도 6.25전쟁 이후부터 새벽시장이 본격 생겨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은 흐르고 해는 바뀌고 있지만 이곳 새벽시장에는 변함이 없다. 새벽 5시부터 장사진을 이뤄 오전 8시 정도면 좌판을 거두는 일상이 약속처럼 척척 진행된다. 공무수행 차량이 뜬다고 하나 긴장감은 전혀 없다. 어차피 알아서 사라질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즐겨 찾는 서인분(58)씨는 “이곳에 오면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는 훈훈한 정과 맛을 엿볼 수 있다”며 “가격도 저렴하고 장보는 재미가 솔솔해 새벽시장을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경애 전 군산시새마을부녀회장은 “아침 운동도 하고 저렴하게 장도 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이것저것 구경하고 장을 보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