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장항을 오가는 여객선 금강 1호>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30분 금동에 위치한 도선장에 정박해 있는 군산~장항간 여객선 금강1호(120t급)에는 승객 1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승객 신삼필(55)씨는 먼 바다를 응시하며 한 숨 섞인 말을 기자에게 건네 온다. “이제 이 배도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어. 없어지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타봐야겠네.”
신 씨의 말처럼은 군산과 충남 서천․장항 주민들의 애환과 함께 했던 정기여객선이 80여년만에 중단,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돼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이 배를 운항하고 있는 월명유람선은 최근 운영난 때문에 하루에 군산과 장항을 16차례 오가는 금강호(120t)의 운항을 이달 1일부터 중단하기로 결정 한 것.
금강 1호는 지난 1989년 금강하구둑(4차선 도로) 개통 이후 이용객이 급격히 감소한 탓에 올해에만 1억5000만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금강하구둑 개통 이후 차량을 이용해 군산과 장항을 오가게 되면서 여객선을 이용하는 고객이 하루 200명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배 운항 중단소식은 40년간 금강1호를 이용하는 신 씨에게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으로 다가온다.
“승용차가 많이 없었던 옛날에는 유일하게 군산과 충남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이었지…. 운항 횟수가 줄어도 좋으니 명맥만이라도 유지하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신 씨의 말에는 간절함이 묻어난다.
무엇보다도 이 배와 동고동락을 해온 선장 장명수(64)씨에게 운항중단은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 암울한 현실이다.
장씨는 “벌써 배를 운전한지 40년이 됐지. 나도 그렇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배를 탈 때마다 ‘아쉽다’는 말을 되풀이 해야 비로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조그만 조타실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장 씨는 이 배와 함께 한 추억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옛날엔 말이지. 서천에서 군산으로 군산에서 장항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엄청 많았다”며 “그때 당시에는 자전거도 만원을 이뤘다”고 회상한다.
“장사를 하며 오가는 사람, 병원에 가기 위해 배에 오르는 사람, 서울을 가기 위해 몸을 싣는 사람들… 많은 이들의 발이 되었던 군산~장항 정기 여객선은 시민들의 삶의 애환이 묻어있다”고 말한다.
그는 “만삭의 임산부가 배에서 출산하기도 하고, 이 배로 인해 학업을 이어간 학생들 중 장군, 판․검사 등도 많이 배출됐다”고 흐뭇해한다.
“과거 서해방송의 ‘파도를 헤치며’라는 프로그램에서 이곳의 배 시간을 다룰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중심이 되었던 곳”이라고 설명한다.
“300~400명 정도의 승객들이 줄지어 배를 기다리는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는 장씨. 그는 “옛 추억을 기억하고 싶은 분들이 배를 찾고 있다”며 붉은 눈시울과 함께 말을 흐렸다.
#군산~장항 정기여객선 = 1930년대 민간 운수업체에 의해 취항한 군산∼장항 정기여객선은 1984년 군산시와 서천군이 70%대 30%의 공동지분(자본금 9억7000여만원)으로 ‘금강도선공사’를 설립해 운영돼 오다 2001년 지방공기업 민영화 지침에 따라 공개매각 절차를 거쳐 월명토건이 인수해 운항해오다 최근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서해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파도를 헤치며’ = 1969년 설립됐던 서해방송(호출부호 HLSA, 주파수 675kHz, 출력 20kW)은 군산을 가청권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민영 방송으로 개국과 동시에 ‘파도를 헤치며’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인근 해역의 어민들과 수산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수산문제와 지도, 계몽, 홍보 등을 소개했으며 어민들의 애환을 담은 방송으로 지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시민 생활과 밀접한 방송으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서해방송은 1980년 언론 통폐합 조치로 한국방송공사 군산방송국의 모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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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장 장명수씨
20대 초반 도선장 관계자분의 권유로 배를 접하게 됐습니다. 1970년 군산시에서 군산~장항간 정기 여객선을 운영했고 당시 기능직 공무원으로 재직하게 됐습니다.
이후 2001년 지방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월명유람선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과거에는 기차 시간에 맞춰 운항을 해왔습니다. 밤 늦게 건너올 손님이 있다면 언제든 배를 몰았죠.
특히 명절 때는 한분도 빠트림 없이 날을 새서라도 다녀오곤 했습니다. 그때 손님들이 ‘수고한다’며 손에 쥐어준 작은 채소꾸러미는 저에게 가장 큰 선물이자 보람이었습니다.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은 지금도 잊지 못할 겁니다. 무엇보다 저희 배를 이용한 수 많은 승객 한분 한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정든 금강1호를 퇴직과 동시에 후배에게 물려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니 아쉽기만 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그저 이 여객선이 명맥만이라도 유지 될 수 있도록 기대하고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