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편견과 싸우며 댄스스포츠라는 한 우물을 판 노력이 하나 둘 결실을 맺는 것 같아요. 하계올림픽의 꽃이 될 댄스스포츠의 지역 선구자로서 더 훌륭한 인재를 배출해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댄스스포츠 드레스 명장인 장일남 패션쇼에서 MVP를 수상한 유정희(50․동고.사진)교사의 다짐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AW컨벤션홀에서 열린 이날 패션쇼는 댄스스포츠 드레스 제작의 대부인 장일남 명장이 해마다 마련하는 무대로 유럽과 남미 등 세계 각국 대사들과 각계각층 유명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유 교사는 라틴댄스 5종목을 접목한 화려하고 자신감 넘치는 워킹으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맘껏 발휘해 관객들로부터 “나오미킴벨 같다”는 찬사를 받았다.
“젊은 전문모델들과 함께 무대에 서게 돼 영광스러우면서도 두려움이 앞섰지만 MVP로 호명되는 순간 나이를 뛰어 넘은 도전에 성공했다는 성취감이 밀려왔다”며 그날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개최된 제90회 전국체육대회 댄스스포츠부문에서 유 교사의 제자들이 금메달을 획득해 기쁨을 더하고 있다.
지도하는 제자들마다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등 각종 대회를 휩쓸어 군산은 물론 전북지역 댄스스포츠계의 마이더스로 불리는 유 교사의 눈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온몸에서는 열정이 뿜어져 나온다.
그러나 무대 위의 카리스마와 박력은 온데간데없이 일상의 그녀는 말이 없고 수줍음을 탈 정도로 소심하다. 하지만 눈에 띄는 외모와 옷차림, 싱글이라는 수식어, 댄스스포츠지도자라는 직업 때문에 오해 아닌 오해와 편견으로 그녀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그녀가 걸어 온 댄스스포츠라는 외길은 황무지를 옥토로 만드는 일처럼 험난하기만 했다.
멋과 끼가 넘쳐 한량이셨던 아버지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지독히도 모범적인 삶을 보이셨던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유 교사는 무대 위에서는 아버지를, 일상에서는 어머니를 닮았다.
전주 태생인 그녀는 조선대 무용과를 졸업하던 1984년 3월, 장화를 신고 첫 출근한 부안모사립여중에서 체육교사로 첫발을 디뎠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무용반을 결성, 사비를 들여 무용복을 맞춰 입히고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4년간 전국대회에서 250여 차례 수상, 무용에 대한 교육열을 인정받아 1989년 3월 공립교사로 특채되었다. 1991년 군산여고에 발령받아 군산과 인연을 맺었던 그녀가 댄스스포츠와 만난 시기도 이 무렵이다.
개인적인 어려움으로 삶의 의욕을 잃었던 유 교사에게 평소 알고 지내던 채정룡(군산대 체육학과)교수가 댄스스포츠 공연티켓을 선물하며 반드시 전공할 것을 강력히 권했다.
본인을 순수예술 교사라고 자부했던 유 교사는 채 교수의 권유가 못마땅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연을 관람하면서 피겨스케이트가 동계올림픽의 꽃인 것처럼 댄스스포츠가 장차 하계올림픽의 꽃이 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댄스스포츠는 춤과 스포츠의 조화로 그 기술 발전의 한계란 없다. 늘 발전과 새로움을 추구하고 도전하는 내 성격과 잘 맞아 떨어진다”며 자신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최고의 인재양성을 위해 하루하루 노력해 왔다.
유 교사는 이처럼 세계인이 공통으로 즐기는 필수교양과목인 댄스스포츠를 국내 춤 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엘리트 체육으로 선수들을 육성, 군산과 한국의 춤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08년에는 국가대표 조성호(중앙대 체육교육과)를 탄생시킨 유교사가 지도한 제자들은 해마다 초중고생 50명과 일반인 200명씩 지금까지 총 3000명에 달한다.
2008년 제1회 군산대 총장배 전국댄스스포츠 경기대회를 총지휘하며 전국 16개시도 300커플이 참가하는 대규모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뤄내 전국에 군산을 널리 알렸다. 또 군산대 평생교육원과 KBS군산방송국 문화센터에서 일반인을 지도하고 있는 유교사는 2004년 KBS 2TV 다큐멘터리 5부작 ‘인간극장’에도 소개된 바 있다.
이처럼 지역 댄스스포츠를 개척해 온 선구자로서 댄스스포츠 지도자 양성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교사로서 그녀가 갖는 가장 큰 보람은 다름 아닌 ‘우울증 치료’다.
14년 전부터 군산대 평생교육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댄스스포츠를 지도하자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큰 호응을 보이며 저변확대에 앞장섰다. 이로 인해 ‘댄스스포츠=사교춤’이라는 잘못된 공식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댄스스포츠를 접하고 인생의 활력을 되찾았다는 분들을 만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댄스스포츠는 하는 자신도 행복하고, 보는 사람도 행복하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고 말하는 유 교사.
그는 “댄스스포츠의 변방인 전북 군산에서 이 같은 성적을 낸 것은 저의 노력과 열정에 시민들의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아시안게임에서도 국가와 지역의 명예를 드높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