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사가 돼서 가족들에게 맛있는 빵 실컷 먹여주고, 돈도 많이 벌어서 어려운 친구들 도와주고 싶어요.” 제88회 어린이날 기념 도지사 표창을 받은 박재원(미룡초·4년)군의 꿈이다.
생글생글 해맑은 미소로 수상소감을 대신한 재원이는 앞을 전혀 못 보는 할아버지·할머니와 아버지(박세진·33), 형 지원(산북중·2년), 동생 정원(미룡초·2년)이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행복의 나무를 가꿔가고 있다.
재원이의 수상을 축하하며 모 독지가가 보낸 케이크를 대신 들고 재원이의 집을 찾은 3일 밤 10시. 카랑카랑 소리 높여 중국어를 읊는 소년의 목소리가 대문을 넘어 정적을 깨뜨리고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굴까’하는 궁금증을 누르며 노크하자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며 앳된 아버지와 올망졸망 삼형제가 나타났다. 낯선 이를 스스럼없이 반기는 이들 덕분에 집안으로 들어섰고, 불 꺼진 거실에는 고개를 숙인 채 ‘어서 오라’고 인사를 건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땅한 기술이 없어 운전을 업으로 삼던 재원이의 아버지는 아들의 수상소식에도 조용한 미소로 응답할 뿐 미동도 없다. “엄마 없이도 착하게 커 준 아이들이 고마워요. 바라는 거야 많지만 말해 무엇 할까요. 부모나 자식 모두의 가슴에 응어리 하나씩 심어 준 죄인 같아 할 말이 없네요”라고 말하는 박씨. 박씨는 “그저 아이들이 곁길로 나가지 않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재원이가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은 ‘국어’다. 요즘은 후원인의 도움으로 다니게 된 중국어학원에 푹 빠져 매일 밤 중국어를 복습하고 있다. 재원이가 방과후 특기적성을 마친 뒤 지역아동센터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밤 10시. 할머니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할머니~!” 소리치며 달려오는 손자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
5년 전, 별스레 좋아지지 않는 생활형편에 지쳐했던 재원이 엄마가 삼형제를 둔 채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고. 당시 9살·6살·3살이었던 삼형제를 고스란히 떠맡은 건 앞을 보지 못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였다. 출근하는 아들 대신 손주들의 기저귀를 갈고 밥을 먹이는 일은 상상보다 힘들었다. 때때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재잘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보약 삼아 버텼다.
안마시술사였던 할아버지가 그마저 그만두고 어렵게 생활했지만 부양 능력이 있는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어느 한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해 쪼들리는 형편은 좀처럼 펴질 줄을 모른다.
할머니는 “애들이 한창 클 때라 잘 먹여야 하는데 도통 앞이 안보이니 반찬 한 가지 만들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시에서 보내주는 가사도우미는 청소만 도와줄 뿐 요리는 못한다고 하니 먹는 게 엉망이다”고 한다. 그래도 “그 고생 다 참고 살아있기를 잘 했다. 우리 재원이가 공부도 잘하고 웅변도 잘하고, 정이 많은 아이인데 이렇게 상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니 고맙다”며 “앞 못 보는 할머니·할아버지가 창피할 텐데 오히려 자랑스레 여겨주는 재원이가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열심히 뒷바라지 하겠다”고 다짐한다.
재원이의 형 지원이의 꿈은 ‘비’처럼 세계적인 가수가 되는 것. 비록 자신은 ‘비’처럼 노래를 잘 하지도 못하고 어설프지만 어려운 역경을 딛고 일어난 ‘비’의 도전정신과 꿈을 향한 열정은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막내 정원이는 아직 꿈을 정하지 못했다. 할아버지·할머니의 눈을 고쳐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가도 공부가 어려워 잠시 꿈을 접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대신 재원이를 따라 제빵사가 돼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빵을 굽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늘 혼자인 아버지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길 바라는 자신들의 바람이 더 이상 꿈이 아니길 빌면서 오늘도 삼형제는 행복의 나무에 정성스레 물을 부어주며 주렁주렁 탐스런 열매가 맺히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