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해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기고 지나온 일들을 떠올려보니, 올해도 역시 이웃과 소소한 정을 나누고 아름다운 정취를 느끼며 보낸 하루하루가 충분히 소중하고 행복했습니다.
특히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아이들이 오늘은 누구를 만나 무엇을 배우며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매일 아침이 기대됩니다.”
월명산 자락 군산여고 앞에 흐드러지게 핀 샛노란 개나리에 반해, ‘L2Y2(부부의 성과 딸2 아들2 이라는 의미) ’ 카페를 근사하게 차린 윤효영(55)·이지현(54) 부부 이야기이다.
이들은 장모님(92)의 안위가 걱정돼 20여 년의 미국 생활을 뒤로 하고 지난 2022년 8월, 꽃이 활짝 핀 동네가 맘에 든다는 이유로 연고 하나 없는 군산에, 평소 커피와 개나리·아카시아를 좋아하는 아내 이지현 대표를 위해 남편 윤효영 대표가 두 달여 동안 손수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아내의 로망 ‘해먹이 있는 갤러리 카페’를 마련했다.
윤 대표는 “매일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고, 동네 어르신들의 시골스러운 정겨움과 따뜻함이 가득하며, 맛있는 커피가 있는 이곳이 지상낙원”이라며, “요즘 물가도 많이 올라 주머니가 가벼운 아이들을 위해 감자샐러드, 햄, 치즈가 어우러진 크로와상 샌드위치(학생 2,000원·어른 2,500원)와 크로와상(1,000원)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윤 대표는 매일 새벽 5시 출근해 하루 평균 200여 개의 크로와상을 준비, 배고픈 아이들에게는 그냥 나눠 주기도 하고, 매일 달걀 한 판을 삶아서도 주기도 하는 등 이윤보다 행복과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삶의 철학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장사는 잘되는데 이윤은 거의 없는 편이다. 딸(2명)과 아들(2명)은 독립해 각자의 길을 가고 있어, 우리 부부는 욕심 없이 아이들의 맑고 선한 기운을 받으며 재밌게 사는 이 삶에 만족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제 단골아이들 표정을 보면 '걱정거리가 있구나 '라고 느낄수 있을 정도”라며, 아이들의 마음에 여유와 안정이 깃들 수 있는 편안함과 유머스런 조언은 물론 고민 상담까지도 아낌없이 제공하며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또한 동네 어르신이나 학생들이 모여 수다와 취미생활 할 수 있는 갤러리룸을 만들어 뜨개질·도자기 등 작품을 전시·판매하기도 하고, 과일도 나눠 드리는 등 지역 주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동네서 제일 북적이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아울러 햇살 잘 드는 창가에는 해먹을 설치,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놓고, 특히 기둥에 단골 아이의 키높이를 표시하며 아이가 뛰어도 환하게 웃어주는 지역 주민의 사랑이 넘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날 만난 윤효영·이지현 부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였다. 눈에 띄는 호남형에 행동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넘치는 윤 대표의 얼굴에서는 초롱초롱 빛이 났다.
그를 더욱 빛나게 하는 건 언제나 곁에서 긍정적인 응원과 위로를 전하는 아내의 잔잔한 미소와 내조 덕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커피를 내리고 빵을 만들며 동네 주민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환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분 좋은 여운을 안고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