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군산제일의 관광상품으로 철새축제에 수십만명이 몰려왔던 곳인데 지금은 철새 보러오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군산시 나포면에서 만난 A씨(71)는 철새축제 시 많은 사람들이 군산을 찾아왔으나 이제는 철새를 보러오는 사람을 보지못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1일은 '세계 철새의 날(WMBD, World Migratory Bird Day)'이었다.
올해 슬로건은 "곤충을 보호하고, 새를 보호하세요"다.
세계 철새의 날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만든 철새와 철새 서식지의 보전을 위한 국제적인 기념일이다.
철새는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그곳의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곤충을 잡아먹고 배설물로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철새의 보존은 무엇보다 생물 다양성 유지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유엔이 지정한 전 세계 철새 960종 중 134종, 즉 전체 철새 종수의 약 14%가 멸종 위험에 처해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철새도 줄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12월 8일부터 3일간 주요 철새도래지 200곳에서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센서스)'를 진행한 결과, 겨울철새 103종 136만여 마리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2022년, 2021년의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각각 12.8%, 10.3% 감소한 것이다.
인간이 관련된 곤충 개체수 감소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WMBD 사무국 산림의 파괴, 농업의 산업화, 살충제의 남용, 빛 공해와 기후 변화 등이 곤충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한때 군산의 대표적 관광상품이었던 군산의 겨울진객 금강호 철새는 어떨까?
군산 철새축제는 매년 11월부터 국내 3대 철새 도래지인 금강호를 찾는 수만마리의 가창오리와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기러기 등이 펼치는 군무(群舞)를 가장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생태관광축제였다.
2004년 ‘군산세계철새축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한 이래 많게는 70만명이 넘는 시민과 관광객이 찾아왔다.
그만큼 지역으로서는 청정 생태환경 특히 군산시는 10여 년간 이 축제를 단독으로 추진하다가 지난 2015년부터는 금강호를 사이에 두고 이웃한 충남 서천군과 상생발전 차원에서 공동 개최해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
서천군은 지금도 해마다 철새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AI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019년부터 군산의 철새축제는 중단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겨울철이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매개체로 철새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 AI가 국내에 급속히 확산하면서 철새가 경계대상으로 전락해 개최 여부를 놓고 논란과 이동 통제로 관람객 수도 첫해 60만명에서 2만∼4만명 선으로 급감하면서 중단된 것이다.
이후 철새조망대는 금강미래체험관으로 기조가 철새에서 생태와 기후환경 위기 교육의 장으로 전환하면서 철새에 대한 관심은 완전히 식었다.
군산시청 과 단위였던 철새관련 업무가 지금은 환경정책과 계 단위로 줄어들었다.
개체수 파악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금강호를 찾는 가창오리는 여전히 씩씩했다.
전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가창오리들은 금강호를 찾고 있었다.
실제로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지난 2월 16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12개소에서 겨울철새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체수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금강호에 24만여마리의 철새 개체를 보였다고 보고됐다.
생태와 기후환경 관련 교육업무로 전환되면서 중요한 업무가 많고 시급한 점도 알고 있지만 역시 생태의 일부인 군산의 겨울진객인 금강호 철새가 잊혀지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