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전통시장상인, 판매 위축돼 없애야
도깨비시장상인과 시민, 명맥 이어가야
<현장르포> 아침 해를 찾아보기 어려운 동 트기 훨씬 전에 열렸다가 아침이 되면 홀연히 사라지는 그런 시장이 있다.
느긋하게 아침을 차려 먹고 가면 물건 하나 살 수 없지만 아침을 깨워 새벽같이 찾으면 착한 가격에 좋은 농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도깨비시장(옛 군산역 새벽시장)에는 물건뿐 아니라 사람들의 정이 넘쳐 난다.
지난 28일 설을 며칠 앞두고 찾은 옛 군산역 도깨비시장은 살을 에는 듯 한 추위가 엄습하고 있었지만 이곳 상인과 설 차롓상을 차리기 위해 나온 시민들의 표정에서는 흐뭇함이 가득했다.
이들의 표정에서는 추위는 찾을 수 없었고 상인과 시민들의 흥정 속에는 오히려 웃음꽃이 넘쳐났다.
아침 7시에 겨우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려는 사람 입장에서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장을 펼치는 사람들 속에 서 있으려니 흔히 말하는 아침형 인간이 된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상쾌한 것도 같고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하다.
도깨비시장은 대명동 옛 군산화물역 앞에서 열린다. 옛 군산역이었던 곳이다.
1912년 개통된 이 역은 지난 2008년 1월 1일 군산~장항 철도 개통으로 군산역이 옮겨졌고, 이후 화물역으로 바뀌었지만 그 기능마저도 상실되면서 반 년 뒤 폐역됐다.
얼마 전 사라진 역사는 1960년에 지은 것이었다. 비록 역은 과거의 기억으로 사라졌지만 그 앞 광장만은 여전히 활기 넘친다. 도깨비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군산역 이설 후 도깨비시장은 그 규모가 오히려 더 커졌다. 이전에는 광장에서만 열렸는데 이후에는 그 앞 도로까지도 좌판이 펼쳐졌다. 시장에서 파는 물건들도 무척 다양해 졌다.
이날은 특히 설을 앞두고 차롓상을 준비하려는 사람들로 시장이 붐볐다. 군산 앞바다에서 잡아온 조기며, 갈치 최근 시민과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박대까지 어물전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을 처음 찾는 이의 시각에서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나름의 규칙과 질서가 있다. 생선, 농산물, 공산품을 파는 상인들이 각각의 구역을 정해 자리 잡고 있다.
갓 잡아온 광어며 우럭·도다리·숭어 따위가 어물전에서 펄떡 뛰고, 추워진 날씨로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는 배추도 트럭과 손수레에 가득 실려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도깨비시장이 군산공설시장과 역전종합시장, 신영시장 바로 옆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군산공설시장은 1899년 군산항 개항이후 1918년 생긴 유서 깊은 장터다. 도깨비시장이 언제부터 규모를 갖추고 활성화되기 시작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대략 40여년의 세월을 서민들과 함께 지내왔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지금껏 도깨비시장이 열릴 수 있었던 것은 군산공설시장 등 인근 시장상인들의 배려가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버젓이 옆에서 불법이라 할 수 있는 장을 벌임에도 이해해준 까닭이다. 대신 도깨비시장은 새벽에만 장사를 하는 것으로 암묵적인 약속을 했다. 아침 8시가 지나면 도깨비시장은 파한다.
8시가 가까워지면 도깨비시장 상인들이나 물건을 사러온 사람들이나 바빠진다. 어서 사고팔아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8시가 되면 군산시에서 단속반원들이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다니며 어서 좌판을 치우라고 불호령이 내린다.
이 때문에 정말 신기하게도 8시가 넘으면 광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다. 주름 자글자글한 손으로 밭에서 따온 채소를 팔던 할머니도, 하루에도 세 곳의 장터를 돌아다닌다는 어물전 아저씨도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았다.
이런 도깨비시장에 시련이 닥쳐오고 있다. 현재 옛 군산역 인근은 군산공설시장 재건축이 한창이어서 빠르면 8월께 완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미원동과 경암동을 잇는 옛 군산역~중동사거리간 도로 개설이 추진돼 그간 단절된 미원동과 중동․경암동 지역 연결이 계획돼 있다.
이에 따라 이곳 옛 군산역 도깨비시장은 옛 군산역~중동사거리간 도로 개통과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이곳 도깨비시장은 농민 60명과 인근 전통시장상인 100여명, 타지역 상인 140명 등 하루 평균 300여명이 아침마나 나와 장을 펼치고 있으며, 하루 거래량만 해도 2000만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소량으로 생산되는 채소류 등이 원협 등에 위판하지 못해 직접 재배해 조금씩 판매하고 있으며, 일부상인들은 원협 등에서 위한된 물건을 대량으로 매입해 판매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인근의 역전종합시장과 신영시장, 공설시장 상인들은 이곳 도깨비시장으로 인해 판매에 위축을 받고 있다며 없애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인근 상인들은 최근 도깨비시장은 당초 성격에 맞는 소규모 영세한 농어업인들은 소수인 반면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해 재판매하는 행위가 늘고 있어 인근의 전통시장의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곳을 찾는 시민들은 신선하고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며 도로가 개통되더라도 자리를 옮겨서라도 앞으로도 도깨비시장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군산시 관계자는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번을 계기로 도깨비시장이 그만 열렸으면 하는 입장을, 기존 도깨비시장상인과 시민들은 자리를 옮겨서라도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인들과 시민들의 바람을 아는 만큼 충분한 조사 등을 거쳐 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깨비시장이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안시장 마련이 급선무지만 현재 도깨비시장 인근에는 마땅한 부지가 없는 터라 대안시장이 마련되더라도 지금의 위치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여 옛 군산역 앞 도깨비시장은 여름쯤을 끝으로 추억의 공간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