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일주일 앞둔 시점. 그러나 시민들은 납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물가의 중압감 때문에 마음에 근심이 드리워진다. 주부들의 장바구니에는 제수용품 대신 한숨이 쌓인다.
최근 한 대형마트 청과 코너에서 만난 설보람(40)씨는 “지난 설까지만 해도 10㎏ 들이 한 상자에 2만원 하던 배가 한 개에 8000원까지 오르니 어떻게 장만하겠나. 뛰는 물가 앞에 텅 빈 지갑이 야속하다.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디 설 씨 뿐이겠는가.
긴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 등으로 이어진 기상여건으로 물가가 치솟고 있다. 과채류를 비롯한 농산물 생산량 감소가 현실화됐다.
축산물과 수산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급이 크게 줄면서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올 추석은 예년보다 일러 서민층의 중압감은 더 크게 다가왔다.
주부 이미경(44) 씨는 “과일과 생선, 돼지고기 등 대표적인 제수용품이 작년보다 크게 올랐다. 매년 추석 때마다 물가 시름을 겪었지만 올 추석은 분명 그 고통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주부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따라서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가격 안정책이 절실하다.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비축물량 공급 확대 등 비상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대책이라고 해봐야 물가 모니터링 강화 등 매년 제시된 단골 메뉴가 전부다. 그나마 그 대책들이 어떤 성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평가마저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열리는 의례적인 대책회의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단법인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20만1450원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0.3% 증가한 수치다. 이번 조사는 전국 7대 도시 9개 재래시장 기준으로, 대형마트까지 포함하면 비용이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올 여름 집중호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일조량 부족, 여기에 이른 추석으로 인해 과일 수확량이 적어 진데다 일부 수산물도 어획량이 줄어 전반적인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보통 추석이 이를수록 이 시기 물가도 고공행진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 2005년 13만4600원이었던 추석 차례 상 비용은 2006년에는 전년 대비 15.9% 감소한 11만6800원을 기록했다. 추석이 9월 17~19일이었던 2005년에 비해 2006년 추석은 이보다 20일 정도 늦은 10월 5~7일이었기 때문이다. 추석이 늦어지면 과일류와 견과류의 햇품이 출하되는 시기와 맞아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은 추석이 10월초에 위치하면서 차례상 비용이 2008년 15만3500원에서 16만6050원으로 전년대비 한자리수(8.1%) 오르는데 그쳤다. 햇과일이 정상 출하되면서 차례 상을 준비하는 가정의 부담을 줄여 준 것이다.
반면 추석이 올해와 비슷한 9월 13~15일이었던 2008년에는 전년대비 11.6% 상승한 15만3500원을 기록했다. 예년보다 추석이 열흘가량 앞당겨 지면서 과일류와 견과류 출하량이 크게 줄어 물량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오르는 물가로 인해 올해에는 추석 선물 구입비도 줄어들 전망이다. 농업관측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해 보다 선물 구입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41%로, 늘리겠다는 응답(35%)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추석 선물 구입비는 평균 27만원이었다.
회사원 박진수 씨는 “올 추석에는 회사에서 상여금은 고사하고 떡값마저 지불하지 못하겠다고 벌써부터 예고해 비참하기 짝이 없다”면서 “이런 판국에 선물이 웬말이냐”고 되물어 대부분 시민들의 심정을 대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