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측과 주민간 충돌이 일어난 개사동 마을 일대>
<르포>한겨울 날씨를 방불케하는 추위와 강풍이 이어진 지난 3일 오후 개사동마을 일대.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한 공사현장에 내걸린 비장한 각오의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뭉치면 산다. 남에게 맡기면 죽는다.”
송전선로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항의의 표시였다.
봄을 알리는 4월이 시작됐지만 이날 유난히 몸부림을 치던 꽃샘한파만큼이나 마을 분위기는 적막감이 흐르고 있었다. 한전 측에서 본격적인 송전선로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
우연히 만난 한 백발의 노인은 철탑이 들어서는 밭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말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특히 이 마을은 지난달 30일 철탑 지주조사 작업을 하던 한전 직원과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이 물리적 충돌을 빚은 곳이어서 동네 풍경은 더욱 삭막했다.
이번 충돌로 주민피해대책위는 당시 폭행에 가담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어서 갈등과 반목이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철탑이 세워지는 신평․우표․옥삼․해칠 등 다른 마을에도 마찬가지. 해당 주민들은 “온몸을 던져서라도 새만금송전선로 사업 추진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산북동 해칠마을 피해대책위 한 관계자는 “새만금 송전선로 사업이 주민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한 치의 땅도 내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처럼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지만 주민들의 바람처럼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지는 미지수다.
수년간 한전과 주민간의 치열한 공방이 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민들이 ‘군산~새만금 송전선로 실시계획을 취소를 요구’하며 군산시장과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패소 및 기각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은 탓이다.
오히려 이번 판결로 공사의 시행사인 한전이 사업추진에 한층 힘을 얻게 됐다.
이와관련, 지난달 23일 주민들의 새만금 송전철탑 노선변경 요구에 의해 개최된 ‘새만금 송전철탑 노선 송변전설비 노선변경 요구(안) 설명회’가 또 다시 양측의 갈등만 확인한 자리가 돼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설명회는 한전 측의 송전선로 노선변경 검토 결과 보고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대책위 측이 완강히 거부하면서 설명회가 중간에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이에 대해 한전측은 주민들의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공익사업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산단에 안정적인 공급을 하기 위해서라도 계획대로 올해 말까지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
기존 OCI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기업 및 이에 따른 기업 유치 등으로 군산이 전국적인 기업도시로 변모했지만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전력의 안정적인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군산~새만금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장기 표류할 경우 적기에 전력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 최악의 전력대란이 우려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상황.
이런 가운데 문동신 시장은 지난 설명회에서 “새만금 송전철탑 사업 추진을 위해 모두의 양보가 필요하다”며 “새만금 송전철탑의 노선 변경이 가능한지 충분한 검토를 벌이고 추후 다시 만남의 시간을 갖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앞서 군산상공회의소 등에서도 “시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도록 공동협상창구를 마련하고, 한전과 주민대책위는 소모적인 자기주장만 고집하지 말고 대화와 타협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수년간 끌어오고 있는 새만금 송전철탑 건립과 관련해 주민들과 시행청의 확연한 입장차로 주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는 반면, 새만금 산단의 안정적인 전기공급도 묘연해 향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이 사업은 임피면 보석리에서 산북동 일원까지 총 30.6㎞ 구간에 철탑 88기를 설치하는 공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