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대 차량 잠기고, 담벼락 무너지고 ‘망연자실’
(르포)“1년 전 악몽 겨우 잊혀져 가고 있었는데…\"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수천만원의 재산피해를 입은 월명동 소재 J업체 사장 김모(42)씨는 13일 거대한 물줄기가 또 다시 회사를 덮치자 어떻게 손을 써야할 지 몰라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이날 김씨와 직원들은 날밤을 새가며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와 힘겨운 사투를 벌였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빗물에 사무실과 공장이 반쯤 잠기면서 고가의 장비는 물론 컴퓨터 등이 고장 나 결국 막심한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아픈 기억을 접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또 이런 일이 발생해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정말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군산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무려 444㎜. 이는 군산지역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일일 강수량인데 이어 시간 당 최대 강수량 최고치다.
이날 새벽녘 번개가 사정없이 내리치더니 엄청난 폭우가 6시간 이상 이어졌다. 가로수가 뽑히고 전신주가 넘어지면서 주변은 물론 집 안도 순식간에 암흑천지로 변했다.
하천을 방불케 하는 물줄기는 차량 등 보이는 족족 모조리 집어삼켜버렸다. 물폭탄을 맞은 군산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타 지역에 비해 물난리 걱정은 없을 것 같았던 동네였지만 순식간에 내린 비는 너무나 위력적이면서도 섬뜩했다.
특히 폭우로 아파트 절개지가 무너져 내린 소룡동 A아파트 주민들은 지금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꽝 소리가 들려 밖에 나와보니 갑자기 아파트 뒤로 흙이 쏟아져 내리고 나무가 차량을 뒤덮었어요.”
이 아파트는 새벽 2시경 야산 비탈면에서 엄청난 토사가 쏟아져 내리면서 주차장을 덮쳤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아파트 주차장에 있던 50여대가 (흙에)묻히거나 서로 부딪히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주민 임철호(34)는 \"비로 인해 절개지 쪽에서 토사가 흘러내리기 시작하더니 금세 주차장을 덮쳤다“며 \"아파트마저 붕괴되는 줄 알고 가족 모두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수마가 남긴 위력은 나운동과 문화동, 조촌동, 미룡동, 동흥남동 등 여러 지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파트 담벼락이 무너지고, 학교 운동장이 잠기고, 도로 시설물들이 파손됐다.
가게의 진열된 상품들은 하나같이 쓰레기로 변했고, 일부 지역 야산에서는 토사가 무너져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저지대의 주택가도 최악을 상황을 맞았다. 주민들은 방안까지 밀려든 빗물에 살림살이를 내버려 둔 채 겨우 몸만 빠져나와야했다.
또한 일부 붕괴를 우려해 마을회관 등으로 미리 피신한 수송동 주민들의 경우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은 채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피해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런 물난리는 처음 본다\"며 망연자실한 표정들이었다.
악몽 같은 밤이 지나자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수마가 할퀴고 간 커다란 상처를 복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가족 모두가 나서 젖은 가재도구와 옷가지를 말리고 흙투성이가 된 식기 등을 내놓고 씻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문화동에 사는 김부영(40)씨는 “남편과 함께 청소를 하고 있는데도 끝이 없다”며 “이런 물난리는 생애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럽고 한편으로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무섭다”고 했다.
이와함께 농촌지역 피해도 잇따랐다. 가축 3만여마리가 죽고 농경지 수천㏊가 물에 잠겨을 뿐 아니라 비닐하우스는 지붕만 앙상한 채 드러내기도 했다.
거대한 재난이 할퀴고 간 아픈 자리. 늦은 밤까지 주민은 흙을 제거하고 담당 공무원과 자원 봉사자들은 피해지역을 복구하는 등 길었던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