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민들 ‘교훈의 장소로 보존하지 못해 아쉽다’
개복동의 성매매업소 화재 건물이 25일부터 철거작업에 들어간다.
지난 2002년 1월 29일 개복동 성매매업소 내 전기 합선으로 불이나 15명(지배인 1명 포함)이 숨진 참사가 일어난 지 11년여만이다.
비록 부끄러운 사고로 기록됐지만 이 참사 계기로 우리 사회의 성매매 현실을 고발하고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하는 촉매제가 됐다.
철거를 코앞에 앞둔 20일. 건물 주변은 합판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내부는 여전히 새까맣게 그을린 벽과 녹아 버린 문 등 아픈 상흔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당시 2층 철문 계단에서 질식해 숨진 여성 종업원들은 쇠창살까지 갖춘 비좁은 방에서 사실상 감금된 채로 목숨을 잃었기에 더욱더 뼈아프게 기억되고 있다.
“추모할 건물이 사라지니 성매매 여성들의 아픈 기억마저 고스란히 묻히는 것 같아요.”
20대 여성 김진아씨는 가끔씩 이 건물을 볼 때마다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긴박한 마음과 함께 자신과 비슷한 나이에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여성들의 넋을 위로하곤 한다.
유족과 피해자 가족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흔과 전국적으로 큰 파장을 남긴 이 참사는 아직도 군산시민의 기억 속에서 잊어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
김씨는 “아픈 기억이지만 우리나라의 성산업 수요차단을 위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곳”이라며 “차라리 철거보다는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도심의 흉물로 변하긴 했으나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바라보며)꽃다운 나이로 죽음을 맞은 14명의 여성들을 기리는 추모의 공간이 되고 있었던 것.
또한 고통 속에 쓰러져간 여성들의 죽음으로 세상에 드러난 여성인권 역사와 현장의 의미를 되새기기는 상징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이들이 ‘이곳을 교훈의 장소로 보존하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낡고 흉측한 모습 탓에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던 게 사실.
결국 군산시가 지난해 도심 재개발사업을 앞두고 건물을 매입, 주민 등과 간담회를 통해 철거키로 결정했지만 이후 건물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한 게 없는 상태다.
시 관계자는 “지어진지 30년이 된 낡은 건물인데다 화재로 인해 건물 수명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구조 변경 사업을 할 경우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진단결과에서도 철거하는 쪽으로 낫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건물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여성단체 및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익산여성의전화 한 관계자는 “결코 그날의 참상과 여성 성착취구조의 잔혹함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개복동 화재현장이 없어질 위기에 있는데 일부라도 현장을 보존해 기록으로 남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10여 전 발생한 대구지하철화재참사 현장인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남아 있는 \'통곡의 벽\'도 당시 불에 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비록 이 벽은 패널에 가려진 채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더 큰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참사 현장을 보존하고 그 해결과정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전시할 수 있는 참사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재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무허가 윤락가의 감금장치 사례로 대한민국 성매매업소의 인권유린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개복동 성매매업소 화재.
많은 이들은 안타까운 희생이 화재 건물과 함께 군산시민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잊혀지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