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 가는 사람마다 만나는 첫인사가 꽃 소식이요, 바람에 나부끼는 여인의 치마폭에는 봄 향기가 무르녹았다. 봄은 꽃 피는 시절이요, 향기의 계절이다.”(정비석 장미의 계절)
개구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5일)날 찾은 청암산 일대.
이날 저수지를 따라 아름답게 조성된 산책길에는 봄기운이 돌고 초목이 싹을 트이기 시작했다. 길게만 느껴지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온 것이다.
이날 바람은 다소 불고 있었지만 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청암산에는 산책하는 사람, 운동을 하는 사람,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 등 평일 날임에도 제법 눈에 띄었다.
들판에 살며시 고개를 내민 꽃망울에는 나비들이 날아와 작은 속삭임을 하는 듯 보였다. ‘봄이 왔어요. 눈을 떠보세요.’
여기에 소나무 등 울창한 숲 냄새가 향기로우면서도 머리를 맑게 했다. 길고 힘든 겨울을 이겨내서인지 나무는 더 듬직해보였다.
추위가 가시고 봄 기운이 온 산천에 가득하니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가득한 모습이다.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이미영(37)씨는 “아직 날씨가 덜 풀리기는 했지만 산에 오니 봄이 왔다는 게 실감난다”며 “자연의 생명들이 꿈틀거리고 있음이 몸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 등산객 또한 “이것저것 봄 구경하니라 (운동하는데)시간을 많이 소비했다. 하지만 기분만은 너무 좋다”고 말했다.
30분을 걸었을 때쯤 정갈한 대나무숲이 사람들을 맞고 있었다. 잎사귀를 스쳐온 햇살이 눈부시다.
떨어진 잎에 쌓인 흙길은 푹신 거려 디딜 때마다 편안함이 온몸으로 퍼져온다. 이곳을 지나는 등산객들마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지만 걸을수록 몸이 개운하다. 역시 산에서 맞는 봄이 최고”라고 엄지손을 치켜 올렸다.
자연에서 맞는 봄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온갖 추위와 눈보라를 이기고 결국 파릇파릇 피어오르는 생명력은 그저 경이로울 뿐이라는 게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이곳에서 만난 박지인(43)씨는 “경칩 절기를 맞아 일부러 산을 찾았는데 너무 좋았다. 추운 겨울동안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새 생명을 보이는 자연이 너무 신비롭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청암산 인근 농촌마을에서는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녹자 한 농부가 봄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쟁기질을 하고 있었다.
이 농부는 “고추 농사 등 제대로 하려면 밭을 갈고 거름을 주고 해야 한다”며 “올해는 농작물 재배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가정집의 하얀 청매화가 예쁜 자태를 드러내며 도심에서도 봄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주인은 “청매화의 경우 이달 하순쯤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무겁고 길었던 겨울을 훌훌 털어버리고 봄은 그렇게 어느새 우리들 곁에 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