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 겨레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 사람으로 존중되며,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헌장에 명시된 내용이다.
어린이는 내일의 희망이며 이 나라의 꿈나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말 뒤편에는 소외받고, 학대받고, 고통받는 어린이가 늘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 심각성을 알면서도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매우 낮은 편이다. 어른들의 잔인함과 무관심속에 오늘도 어린이들의 동심은 멍들어 가고 있다.
◇어느 세 살 박이 아이의 눈물
군산에 사는 A(3)양은 최근 가정으로부터 분리돼 양육시설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이 어린 아이가 가정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신체적 학대 때문.
아이를 지켜줘야 할 친부는 물론 계모는 지속적으로 A양을 손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 구타를 일삼았다. 발견당시에도 A양의 이마가 찢어져 있었으며, 얼굴과 온 몸에 피멍이 들어있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병원 검사 결과 A양은 타박상외에도 간손상과 폐출혈, 갈비뼈 골절 등 4주의 진단을 받아 입원치료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부모에게 외면당한 채 힘든 치료과정을 견뎌야 했다.
A양처럼 부모의 폭력에 시달리거나 가족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아동 학대 사례가 군산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허울뿐인 외침 속에 수많은 아이들이 고통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군산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피해신고는 모두 52건. 5년 전 20건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올해는 지난 4월까지 벌써 17건이 접수됐다. 이 중 방임이 가장 많고 이어 정서학 및 육체학대, 성학대 순으로 나타났다.
실직과 이혼 등으로 인한 가정문제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에 대한 학대도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아동학대 아이의 영혼까지 죽인다
아동학대를 흔히 영혼살인이라고 한다. 이 말의 숨은 의미는 커서도 어릴 때 받은 학대의 상처와 고통이 지워지지 않음을 뜻한다. 그래서 아동학대가 무섭다는 이유다.
한 대학병원의 연구결과에서도 성폭행이나 신체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의 상당수는 치료 후에도 중증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아동의 상당수가 사회적·직업적 기능에서 대인기피증 등 어려움을 겪을 정도의 정신과적 질환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게 이 연구의 결과다.
아동복지 전문가들은 “피해아동의 경우 대부분이 향후 직업을 갖거나 사회생활을 할 때 불안감과 공포심을 갖게 돼 어른이 돼서도 피해를 보는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대 피해자가 훗날 가해자로 될 우려도 높다. 폭력에 둔감해지고,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으려면 피해아동의 정신적인 상처까지 어루만져줄 수 있는 지속적인 치료와 교육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아동학대 피해 줄이려면
전국에서 해마다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 건수가 1만 건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동학대의 가해자 중 친부모가 무려 86%나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일부 부모의 잘못된 친권으로 인해 어린이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녀를 때리는 것은 범죄가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가가 여전히 팽배한 가운데 일부 부모들은 자신보다 약자인 아이들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폭력성마저 보이고 있다.
이런 탓에 피해아동 보호‧치료는 물론 가해부모나 가족구성원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및 상담, 교육, 정신치료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확산하는 것이 절실하다. 군산의 경우에도 턱없이 부족한 아동학대 예방센터를 설치하고 아동학대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과 개입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또한 지역사회 관련 기관들과 효율적으로 협력하는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아동학대 의무신고자에 대한 안전보장 보완이 필요하고, 아동학대를 개인의 가정문제가 아닌 범죄로 인식해 적극적인 신고참여와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조현경 전북서부아동보호기관 담당자는 “아동학대를 가족 문제로만 생각해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아동학대는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