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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송(追慕頌):연작시>

시인 양 영식 <문학박사‧문학평론가>

군산신문()2024-08-21 14:06:22 2024.08.21 14:05:01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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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시

어머니를 추모하는 그 한자리는 그대로,

우리들이 찾아가는 성지

나는 오늘도 순례자가 되어 경건히 경배드립니다.

 

2. 인고(忍苦)의 승화

어머니는, 네 남매를 낳으신 어머니는

낳으실 때 그 인고(忍苦)의 기나긴 시간도 쉬 떨쳐버리고

기르시기 고단해도 자라나는 아이들 돌아보며

어두운 밤 하얗게 밝혀도

눈엔 무지개 빛나는 사랑이 무늬집니다.

 

3. 어머니의 하늘

그리움에 눈물이 탑으로 쌓여가는

촛불을 바라보며

죽음보다 깊은 사랑 심어주신

가슴 깊은 어머니의 하늘.

그 하늘은 태초의 말씀을 생각나게 합니다.

해마다 날이면 날마다.

아이를 키우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태 안에서 심장의 고동 소리 들으며 잠드는

꿈의 촉수로 어렴풋이나마 생의 신비도 감지해 봅니다.

어리던 아이. 어려움도 고달픈 밤.

‘오늘의 일 내일로 미루지 말아’ 하시며

매만지시더니 오늘은 유난히도

화분에 푸르른 빛 일어들 납니다.

 

4. 그리움의 절정에 서서

창밖에 어둠이 짙어가는 시간.

일 욕심 많으신 어머니의 별 하나.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어머니의 음성.

눈을 감으면 이내 수련 꽃 피어오르는 곳.

못난 아이의 종아리를 매질하시고

지금 막 돌아앉아 눈물 지우시는 뒷모습.

그리워서 불러 보면, 저 멀리서 메아리는

산골 돌아 돌아 흘러오고

눈 비바람 속 살아오시던 모습 그림자 지는

빈자리가 너무나도 허전합니다.

어머니, 불러도 불러도 질리지 않는 이름.

그 크신 자리는 하늘의 뜻.

그 광채와 향기는 그대로 아이들의 고향.

그리움이 파도칠 때

가만히 불러 보는 작은 이름

아! 간절함이여, 그리움의 절정에 서서

간밤엔 관음의 미소를 보이시더니

새벽바람엔 천사의 몸짓으로

파아란 빛 은하수가 넘쳐납니다.

 

5. 고운 사색의 빛

그리움에 눈을 감고 불 보는 어머니가 있다는 것은

또 그 얼마나 아름다운 사색의 빛일까.

가을 아침에 이슬 투명한 얼굴로 다가옵니다.

어머니는 밀알의 교훈을 알지 못해도

희생을 몸소 행하신 성자의 고독을

밤새도록 다듬이질 하셨습니다.

연어가 태어나던 날의 모천(母川)의 향내를 찾아

삼만리 험한 길을 되돌아오듯이

당신의 향기를 찾아 되돌아옵니다.

자나 깨나 힘 겨뤄 흘린

땀이며 피눈물은

바다보다도 더 푸르러갑니다.

 

6. 마지막 말씀.

초근목피로 살아내며 네 남매를 서울로 보내시고

아침저녁 천지신명께 비시던 어머니.

아이의 종아리를 매질하시곤 그 아픔을 굴렁쇠로 달래주시던 신화.

노을이 물들 때마다 그 굴렁쇠를 굴리며 달리던 힘이 되어 살아나곤 합니다.

한 때, 아이의 좌절을 지켜보시던 어머니의 눈빛

‘야, 영식아, 어미하고 이 땅에서 함께 살자구나!’

조국의 고마움을 죽음으로 가르쳐주신 마지막 당부 말씀엔

위대한 어머니의 나라가 있었습니다.

 

7. 어머니

어머니를 추모하는 마음 하나.

지친 아이를 찾아가는 포근한 쉼터.

목 타드는 아이가 그린 찬란한 샘터.

순례자는 명상의 심연으로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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