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A씨는 최근 모 은행을 방문, 기업자금대출 상담을 했다. 은행 측은 A씨의 신용등급을 평가해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한도액과 금리를 책정했다. 그런데 한도액이 생각보다 적게 책정됐음에도 오히려 금리는 높게 책정하는 것이 아닌가. A씨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재무재표 평가나 기술력 평가로 대출한도액이 정해지지 않고 자산보유액과 담보물건에 따라 그 액수가 정해지다 보니 당연히 대출액수가 적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찌해서 같은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대기업보다 그 금리가 높게 책정되는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대기업의 대출금리는 연 최저 6.5% 수준이지만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우 최고 12%까지 적용하고 있어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점장 재량으로 대기업에는 0.2%까지 추가 할인해주고 있는 등의 고무줄 기준이 적용된다는 게 영세업체들의 불만이다. 이처럼 시중 은행들이 대출문턱을 낮춰 기업을 지원한다면서도 정작 ‘신용등급 적용’이라는 명목아래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은행금리를 차별’하고 있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신용등급이 좋은 고객과 나쁜 고객 간 은행 대출 금리 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는 올해 들어 바젤Ⅱ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금리 체제를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 소비자가 대출 이자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용등급을 보다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등급 평가 기준은 은행거래 실적의 양호를 떠나 자산보유액이나 담보물 확보량에 따라 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중소기업인들은 “상환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될수록 금리를 낮게 책정해야 이치에 맞는 일이며, 높은 금리 때문에 연체하게 되고, 이것이 원금 상환에도 영향을 미쳐 신용등급을 낮추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해 신용등급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금리평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서민들에게는 은행문턱이 넘을 수 없는 담처럼 높다보니 제2금융권이나 사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어 금리평준화 적용이 시급하다. 선진 신용국가로 가는 첫걸음은 개인과 기업의 신용을 은행이 정확히 측정해 차별화된 금리의 상품을 제공하는 것부터다. 그러나 시중 은행의 신용평가 기법은 외환위기 이후 선진국 모델을 차용해 체계화됐다고는 하나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지역에 입주한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와 지역은행이 합심해 다양한 여신상품을 개발한다면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한발 다가설 수 있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 바젤II -은행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BIS(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비율 제도를 새로 개편한 신(新) BIS 제도를 말하며,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종전엔 은행들이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8% 비율만 맞추면 됐다. 그러나 바젤II가 시행됨으로 은행이 대출 자산에 대한 위험평가를 보다 정밀하게 하고, 위험도에 따라 충당금(은행이 빚을 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적립금)도 달리 쌓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