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및 실직 등 우려…정부 노력에도 정상화 방안 ‘캄캄’ 인근 음식점·원룸·상가 등 지역경제 직격탄 ‘주민들 한숨’ 지난 5일 오후 군산군장산단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앞. 지난 2010년 3월 야심차게 문을 연 현대중 군산조선소가 7년여 만에 굳게 닫히면서 여느 공장과 달리 시끌벅적한 기계음이 사라지고 적막감만 감돌고 있었다. 세계 최대 크기의 도크는 텅 비었고 115m 높이의 웅장한 골리앗 크레인(1650t급)은 가동을 멈춘 채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이곳과 연결된 수많은 근로자들은 그래도 작은 희망을 품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현실은 너무나 냉혹하게도 가동중단이라는 최후의 통첩뿐이었다. 과거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오가던 조선소 정문은 이젠 굳게 닫히며 그 누구의 출입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루 전날에는 군산조선소에서 건조된 마지막 선박인 ‘이글라이언 호’가 도크를 떠나 바다로 향했다. 보통 진수식에는 안전항해를 기원하는 의미로 샴페인 병을 깨는 등 다양한 행사를 갖지만 이날은 현재의 분위기를 말해주듯 조용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업체의 한 근로자는 “한창 바쁘게 움직였던 군산조선소가 보다시피 한산하다 못해 암울하기까지 한다”며 “가동중단 이후 이곳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만 눈에 띄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지역사회가 군산조선소 정상화를 위해 수많은 노력을 펼쳤지만 경제 논리를 앞세운 현대중은 꼼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시한대로 끝내 1일자로 군산조선소 문을 닫았다. 기대해도 좋다던 새 정부도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은 막지 못했다. 여전히 대책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하나 이마저도 기약이 없는 게 오늘날 군산 조선업의 현주소다. 지역사회와 업계에선 이 모든 상황이 그저 허탈하고 침통하기만 하다. A업체 박모(36)씨는 \"조선소가 가동 중단으로 지역 산업이 연쇄적으로 붕괴될 우려가 크다“며 ”정부까지 나서고 있음에도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선박 건조기능을 상실한 군산조선소는 이젠 직원 50여명만 남아 설비와 공장 유지·보수만 하게 된다. 그 동안 4000여명이 넘는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수많은 협력업체들 역시 일감 부족 등으로 폐업하거나 어려운 경영을 해야 할 처지다. 실제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사이 군산조선소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을 제외한 협력업체 85곳 중 51곳이 이미 문을 닫았으며, 현재 34곳의 업체도 미래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전체 제조업 생산액 12.3%, 전북 전체 수출액 약 10%, 군산 수출액 23%’ 그간 군산조선소가 가져다 준 경제지표다. 그러나 더 이상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앞날을 더 걱정해야 할 판이다. 특히 이 같은 여파로 주변 상권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조선관련 근로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인근 오식도동 상가나 식당, 원룸 등은 그야말로 참혹하다. 한 음식점 주인은 “조선업이 붕괴되면서 그 많던 사람들도 떠나갔고 매출도 반토막이 난 상태”라며 “이대로 가다간 우리도 곧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주인의 하소연처럼 이미 주변에는 ‘임대’ 또는 ‘매매’가 써있는 현수막도 손쉽게 볼 수 있다. 원룸촌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 6월 말 현재 군산조선소 주변 원룸 520개 중 200여 개 이상 비어 있어 공실률이 40%에 달하고 매매도 잘 이뤄지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바라 본 주민들은 한결같이 “총체적인 난국”이라며 ”이젠 기댈 곳은 정부밖에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주민 정모(51)씨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그렇다고 이대로 침몰할 수 없진 않은가. 대통령의 공약대로 정부가 하루빨리 정상화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벌어진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은 막지 못했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재가동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현대중의 의지가 있다면 시간은 다소 걸리더라도 얼마든지 (군산조선소는) 기사회생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측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가동중단이라는 아픔 속에 조선소 주변으로 “눈물로 재가동을 염원합니다”라는 플랜카드가 곳곳에 걸려있다. 근로자들의 눈물이 웃음으로 바뀌는 날이 속히 오기를 오늘도 간절히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