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과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군산사랑상품권’ 발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내년 지자체에 지원하기로 한 상품권 발행과 관련한 예산을 올해 대비 81% 삭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올해 1조2,522억원(2차 추경기준)에서 내년에는 2,400억원으로 81%를 삭감했다. 기획재정부는 지역상품권은 본래 지방자치단체 고유사무이므로 중앙정부가 지원할 사업이 아니며, 효과도 크지 않다는 논리다.
다만, 아직 확정된 상황도 아닌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국회와 정치권에서 소상공인과 지자체 눈치를 봐가며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는 있지만, 지금까지처럼 안정적으로 지원될 수 있을 것인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결국 어찌어찌 내년은 넘긴다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발행을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군산은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여파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인구 유출은 가속화돼 갔고, 소상공인이 연쇄 도산하는 암울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지역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골목상권을 지켜내기 위해서 강임준 시장이 취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군산사랑상품권을 발행했다.
군산시는 2018년 910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4,000억원, 2020년 5,000억원, 올해 4,7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또 내년에도 5,000억원 가량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정부가 지원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함에 따라 안정적인 군산사랑상품권 발행에 위기가 닥친 것이다.
시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군산사랑상품권을 발행하면서 적게는 4%에서 많게는 10%가량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특히 시의 성공적인 상품권 발행이 알려지면서 서울과 경기도 등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상품권 발행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내년 전국 시∙도의 지역상품권 발행 수요를 조사한 결과, 서울 1조, 부산 2.4조, 대구 1.1조, 경기도 3.7조, 인천 4조 등 모두 26.1조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정부지원을 전제로 한 수요다.
정부가 지원하기 이전에는 66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발행하다가 정부지원이 시작된 2019년 172개, 2020년 230개, 2021년 232개로 늘어나 속초, 평창, 양양, 사천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자체가 발행하고 있다.
결국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자체가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 시작된 지역상품권이 지자체의 경쟁적인 발행으로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이 된 셈이다. 만일 정부지원이 축소된다면, 재정분권이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지방정부 예산만으로는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게 뻔 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가 군산사랑상품권의 안정적인 발행을 통한 골목상권 지키기를 위해서는 국비 등에 의존하지 않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시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정부의 방침이 확정된 상황이 아니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재정자립도가 3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발행을 위한 재원 마련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