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역화폐․공공형 노인일자리 예산 축소 기정사실화
군산사랑상품권 4,055억→3,500억으로 555억 줄어들 전망
공공형 노인일자리사업도 8∼9%가량 감소 불가피한 상황
희망과 설렘으로 맞이해야 하는 2023년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癸卯年)’이 서민들에게는 암울하게 다가오고 있다.
당초 우려했던 대로 정부가 대부분의 지자체가 발행하고 있는 지역화폐(군산사랑상품권) 발행예산을 대폭 삭감한데 이어, 공공형 노인일자리사업도 축소가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에서의 의결이 남아 있어 한줄기 희망은 남아있지만, 그렇더라도 예년 수준의 지원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군산시는 2023년도 군산사랑상품권 국가예산 전액 삭감 여부와 관계없이 3,500억원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할인율 10%를 유지한 상품권 발행 예산을 군산시의회 본예산에 상정했다. 여기에다 국비가 추가로 확보되면 추가로 발행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가 밝힌 내년 군산사랑상품권 발행액은 올해 4,055억원보다 555억원이 감소한 3,500억원으로 줄어든다. 발행액은 줄었지만, 시가 부담해야하는 예산은 오히려 증가하게 됐다.
시가 올해 4,055억원의 군산사랑상품권 발행을 위해 257억원을 부담했지만, 정부의 지원이 사라지면 3,500억원을 발행하는데 109억원이 늘어난 366억원을 부담해야하는 상황이다. 여기까지가 집행부의 요구액을 시의회가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가정이며, 예산 심의 과정에서 변수에 따라 이 같은 계획은 달라질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군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는데 소상공인 지원 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다 보니, 지자체와 소상공인단체는 물론 시민단체 등에서도 예산 삭감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행전안전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던 지역화폐 발행지원 예산 7,500억원을 되살리는 안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렇더라도 예년만큼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악재는 또 있다. 2023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공공형 노인일자리가 60만8,000개에서 54만7,000개로 6만1,000개가량 줄어든다. 공공형 노인일자리에 근무 중인 노인의 90% 이상이 70대다.
정부의 방침이 확정되면 군산지역도 공공형 노인일자리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 올해 7,260개의 일자리가 내년에는 8∼9%가량 감소해 6,500개 안팎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시가 올해 수준의 공공형 노인일자리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20억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로써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열린 제250회 군산시의회 임시회에서 송미숙 의원이 발의한 ‘윤석열 정부의 공공형 노인일자리 축소 정책 폐기 촉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돼 정부 부처와 국회 등에 전달됐다.
송미숙 의원은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 대부분이 취약 노인층으로 소득보장과 더불어 건강하고 의미 있는 노후생활을 위해 사업을 진행해 왔다”며 “현재 국회에서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노인일자리사업 예산을 확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정부가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각종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 군산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안정적인 사업 진행을 위한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토하고 있어 내년 서민들의 삶이 시작부터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전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