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포면 서포리 내촌마을 입구에는 어울리지 않는 비문이 하나 자리해있다. 지닌 93년 4월부터 94년 8월까지 개정 ∼ 성산간 도로확포장공사의 이력을 알리는 내용이 적혀있어 꼭 그곳에 그렇게 세워야만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무슨 까닭이 있겠지 생각하며 시선을 마을쪽으로 향하니 금세 정겨움이 가득 담긴 농수로와 낡은 다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다리 위에서 쉬고 있는 농기구도 오랫동안 그곳을 차지하고 앉아있었던 느낌이다. 금강과 가까우면서도 꾸불꾸불 나포들녁으로 이어지며 흐르는 농수로가 생명력을 전해준다. 게다가 봄부터 이어진 오랜 가뭄을 잠시라도 숨죽이는 반가운 비 때문이었을까. 흩뿌리는 작은 비를 맞으며 내촌마을 좌우를 보는 마음이 더없이 차분한 느낌을 갖게 한다. 모처럼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나포들에도 뒤늦게라도 모내기를 하는 일손들이 분주하다. 이곳 내촌마을 등 서포리 일대에는 옛날 옛적 장터가 서 객주들이 있 었고 중선들이 들고나며 생선 짊어진 어부들을 보는 재미도 좋았다고 마을 노인들은 이야기한다. 어선이 들어와 풍요로움이 가득했던 장터에서 씨름도 벌어졌다 하니 세태변화가 엄청났음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유서 깊은 광염동과 유물이 출토된 방자골, 마을 당산 등이 고속도로 건설로 자취를 감췄지만 단오날 그네 타고 놀았던 추억들, 여러 그루 서있던 큰 고목나무가 태풍에 쓰러졌던 기억 등. 이러한 것들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촌마을 사람들의 소박함 자체가 그리워질 날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은 잘려나간 오성산 끝줄기를 보는 순간 다가섰다. 내촌마을은 마을 뒷산에 고속도로가 들어섰고 마을 앞 금강변을 따라서는 제방 밑으로 아직 미개통도로임을 표시하는 푯말이 이정표처럼 선 샛길을 만날 수 있다. 이 미개통도로를 따라가면 나포문화마을 입구로 연결돼 차량 통행량이 매우 많다. 평화롭게 살던 내촌마을 주민들을 최근 수년간 가장 괴롭힌 것은 발파음 이었다. 명산 끝자락을 이어간 바위들을 까부수고 고속도로를 건설하느라 숱하게 들었던 발파음이 서포리를 지나는 구간의 고속도로 완공과 함께 멎었지만 주민들은 또다시 곧 발파음을 들어야 할지 모른다는 소식에 긴장하고 있었다. 고속도로가 지나는 주변을 정비하기 위해 훼손돼 흉물처럼 보이는 산을 아예 없애버리려면 다시 또 발파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국가발전을 위한 사업에 국민의 한사람 한사람이 참고 견뎌야 하는 것까지는 할 수 있다지만 한도 끝도 없이 주민불편을 아랑곳하지 않고 개발위주로만 치닫는 처사가 옳은 것인지 쓸쓸한 어투로 반문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한편으로는 새롭게 변환 삶의 환경을 적극 대처해 여전히 뚜렷한 위치감과 주변 경관을 활용하고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는 마을의 모습을 가꾸어 가리란 다짐이 기대감을 갖게 한다. 다 알지 못한 내촌마을의 내력을 아쉬워하며 이웃 원서포 마을로 발길을 들여놓는다.<김석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