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가 피에르 상소는 그의 저서‘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느림은 빠른 박자에 적응할 수 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흘러가는 강물과 회오리바람에도 휩쓸리지 않는 개인의 자유를 일컫는 가치다’라고 지적했다. 그의‘느림 예찬론’은 속도 문명이 초래한 인간성 파괴를 꼬집고 있다. 지난날 속도에 대한 맹종의 대가가 대형 참사로 돌아와 자책감에 빠지기도 했다.‘느림의 화두’는 이처럼 속도와 효율에 찌든 우리들의 삶에 대한 반성에서 연유했을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간과 관련된 격언들이 많다. 그 중에는‘시간과 조류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와‘흐르는 물은 앞서 감을 다투지 않는다’처럼 상반된 개념을 시사하는 격언도 더러 있다. 때가 오면 무엇이든 잡아야 한다는‘조급증’은 전자의 서양 격언과 궤를 같이 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후자의 격언처럼 현기증 나는 속도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느림의 바람’이 일고 있다. ‘느림의 문화’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신선한 변화다. 종래에는 명상이나 참선, 단전 호흡 등이 주류였지만 요즘은 식생활에서부터 취미활동까지 느림의 문화가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한다. 폭탄주보다 포도주의 분위기를 음미하는 술 문화도 인기라고 한다. ‘슬로 푸드(slow food)’운동도 국내에 발판을 넓혀가면서 일회용 패스트푸드는 추락하고 발효음식이 뜬다고 한다. 걷기나 자전거 타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느림’과 관련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같은 흐름이다. ▼느림의 문화는 인간의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문명론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작정 빠름도 아니고 게을러터진 느림도 아닐 것이다. 느림과 빠름 사이에서 적절한 삶의 속도를 찾아야 한다. 그 길은 느림의 관조와 빠름의 역동성을 갖춰 속도 변화에 대처하는 것뿐이다. 시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평상심을 유지하면 삶의 만족도가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