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전주에서 치러진 '세계소리축제'에 대해 '소리'들이 많다. 금년이 첫회인 만큼 국내외에 많은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하였지만 진행상의 문제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폐막식과 함께 상당수 도민들은 갖가지 잡음을 일으킨 이번 축제에 지방재정의 열악성 속에서 4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표명하며 예산낭비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지역인사들도 지역 고유의 색깔과 정서, 지역 문화계의 여론도 반영하지 못한채 중앙의 기획사에 전적으로 의존한 축제에 4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았다 물론 6개월간의 조직위와 기획팀이 불철주야 노력하여 1백60여개가 넘는 공연이 20여곳에서 이루어지고 15개국에서 3천7백여명의 공연자들이 저마다의 솜씨를 쏟아놓았다. 음악을 소재로 하여 이만한 행사를 치러본 도시가 없는 우리 나라에서 우리고장의 문화유산인 소리를 주제로 하여 거대한 음악축제를 큰 무리 없이 해냈다는 것은 전북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낭만과 추억을 간직하게 했고, 예향 전북인으로서의 소속감을 높이고 문화고장으로서 인식되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분석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소리'에 대한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연 '소리'란 무엇을 말하는가에 대해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개념설정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일부 노인들은 재즈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고, 젊은이들은 '소리'라고 하면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소리까지 다 포함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갖고 참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전주의 소리를 중심으로 세계의 음악과 만나고 어우러지기보다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진, 백화점 식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나열해 놓는데만 급급해 정작 소리의 고장에서 열리는 소리축제의 독창성은 부각시키지 못했다. 지나친 다양함속에 정작 우리소리의 독착성이 묻혀버린 까닭이다. 또한 '첫회'인만큼 행사진행상의 미숙함도 많이 드러났다. 해외연주자의 당일치기 공연, 예고없는 출연진의 바꿔치기, 공연의 지각사태 등은 행사를 지켜본 53만여명의 관람객들에게 많은 실망을 준 점도 크게 지적되고 있다. 이번 전주에서 열린 세계소리축제는 전주뿐만 아니라 전북을 핵으로 하여 세계의 잔치로 승화시킬 필요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전주 이외의 지방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는 것도 행사결과분석에서 큰 점수를 받지 못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축제자체는 축제로 끝나는 것도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축제가 경제성으로 연결된다면 금상첨화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축제에 참가한 내외국인들이 당일치기에 머물렀고 전북의 지역경제효과를 얻어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앞으로 계속될 소리축제라면, 그냥 이벤트성 축제로 끝낼 것이 아니라면 소리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전주의 소리를 중심으로 세계의 음악과 만나고 어우러져 정체성을 부각시켜 전 도민이 핵이 되어 다각적인 면에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축제로 발전해나가야 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전북 지역신문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