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사안이라도 문화나 풍습에 따라 정반대인 경우를 보면 사는 것이‘별게 아니다’란 쓴웃음을 한 번쯤 짓게 된다. 한국에서는 그릇이 깨지면 좋지 않은 징조로 해석한다. 옛날 어른들은 밥상에 조금이라도 깨진 그릇이 올라오면 아녀자들에게‘재수 없다’고 호통을 쳤다. 하지만 홍콩은 완전히 다르다. 10여 년 전 홍콩의 한 식당에 들어가니 내놓은 식기가 대부분 깨진 것이다. 한국 풍습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 주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답변은 놀라웠다.“그릇이 깨지면 재수 좋고 깨진 그릇이 행운을 불러온다는 게 홍콩 풍습”이란 것이다.‘액땜’이란 우리 풍습이 있다. 좋지 않은 어떤 일을 앞으로 생길 더 나쁜 일을 막아주는 길조로 되레 좋게 치부하는 것이다. 아침에 어떤 물건이 깨어진다면 이를 두고‘오늘 무슨 나쁜 일이 생길까’라고 불안해질 수도 있다. 반면‘아이구, 이로써 나쁜 일이 다 상쇄되겠구나’하고 자위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액땜이란 발상은 괜찮은 자기최면 효과의 일종인 것 같다. ▼액땜의 종류는 많다. 세시풍속 중 이분에 대문과 문지방에 붙이는‘입춘대길 건양다경’등의 입춘방(立春榜)·첩(帖)붙이기도 일년의 액땜과 행운을 위한 것이다. 정월 대보름이면 액땜과 기원의 글과 그림을 그린 연을 하늘에 높이 날리는 행사가 벌어졌다.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는 칠월칠석처럼 이날 연인들은 다리 위에서 만나야 헤어지는 것을 막는 액땜이 된다고 한다. 부적도 액땜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수능을 앞두고 시험에 실패하는 액땜을 하기 위해 고3생들 사이에 바나나, 미역, 계란프라이, 비누 등의‘미끄러짐’액땜 선물이 유행이라 한다. 합격기원용인 엿이나 찹쌀떡과는 다르다. 액댐에 의존, 위안받고 자신감을 갖고자 한다. 결국 이 같은‘야단법석’을 보면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수험생들이여, 물질적 액땜의 공포에서 벗어나라.‘꼭 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의지와 다짐이 가장 큰 무기이자 액땜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