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를 학원에서 해결하려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늘고 있어 심각한 교육의 허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주 초 군산 시내 모 초등학교에서 작품전시회를 위해 미술작품 한 점씩을 만들어 오라는 과제가 있었다. 그러자 그날 밤 인근 미술학원선생들은 곤혹을 치뤘다. 갑자기 재활용품을 이용한 만들기 그리기, 그리고 종이접기 작품 등을 요구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성화로 자정이 넘은 12시까지 일을 해야 했다. 평소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학원생이 아닌 학부모들까지 학원에 찾아와 “학원에 그만한 작품이 있으면 팔아라”“잠시 빌려 줄 수는 있느냐”는 문의가 쇄도했다.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만들기를 해 준 학원생의 경우 다시 들고 와 너무 어른이 손 댄 흔적이 있으니 조금 더 아이가 만든 것처럼 다시 해 달라는 요구까지 있었다. 다른 아이보다 잘해야 상도 받고 전시에도 뽑힌다는 것이다. 사실 학교숙제는 학생 스스로 해야 한다는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의 과제 때문에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아이 숙제는 곧 엄마 숙제이기 때문에 부득불 학원에 보낸다는 것. 학원도 처음 학원생을 모집할 때 "숙제 공부 모두 학원에서 해결"이라는 문구로 홍보를 하고 있어 학원이 학교 숙제를 대행 해 주는 기관으로 아이들에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사태를 놓고 한 학부모는 "최근 아이들 숙제가 곧 학부모 숙제로 인식되고 있어 아이들은 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학부모에게 떠 넘기고 있다"며 "학교가 잘 만들어진 과제물이 전시용으로 필요했다면 학원에 처음부터 의뢰해서 멋지게 꾸미면 될 거"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바르지 못한 공교육의 문제에 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순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