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소복히 쌓인 한적한 골목길에 아름다운 계절이 왔다. 연인은 낭만을 구하고 어린이들은 숙제용으로 단풍잎을 줍느라 여념이 없다. 환경미화원 양인영씨(56세). 그가 대하는 가을은 어떨까.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그렇다고 빗자루로 나뭇가지를 터는 짓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노랗게 단장한 가로수는 시민 몫이잖아요” 그가 맡고 있는 구역은 군산시 조촌동 버스정류장 일대. 유난히 덩치 큰 가로수가 많아 치워야 할 낙엽량이 정말 엄청나다. 하루 1천ℓ짜리 자루로 5개에 이를 정도.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쫓아다닌 게 올해로 30년째니, 이젠 도로모양과 주변 건물 등의 배치만 보면 낙엽이 모일 장소를 한눈에 알아챌 수 있단다. “새벽 5시면 출근하는데 버스 정류소 주변부터 깨끗이 치웁니다. 출근길 시민이 상쾌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저도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인지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안녕하세요”인사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거리에 빗자루를 들고 나온 지도 벌써 30년이 지났다. 그래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옛 친구같은 기분이다. 어찌 보면 이 낙엽 때문에 2남1녀 자식들 공부시키고 먹고살았으니 고맙기도 하다”는 그는 욕심없이 그저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한단다. 도로도 많이 나고 길도 넓혀져 일 부담도 상당하지만 도로에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는 차들 때문에 청소를 못하면 야속하다고 전한 그는“오늘 저녁 동료들과 소주나 한 잔 해야 겠다”며 또“허 허”웃는다. <박순옥 기자>